[김재동의 틱, 택, 톡]이종범의 ‘인생2막’ 첫 단추가 중요하다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 2012.04.02 07:35
기아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범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한 TV프로그램에 나왔던 김응룡 전 타이거즈 감독은 ‘투수는 선동렬,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을 했다. 왕년의 최고감독이 인정한 최고의 야구선수가 이종범이다.

역대 최고 타율(.393)로 타격왕 1회(1994년), 최다 안타 1회(1994년), 득점왕 5회(1993년,1994년,1996년,1997년,2004년), 도루왕 4회(1994년,1996년,1997년,2003년), 출루율왕 1회(1994년)를차지했다. 유격수와 외야수로 받은 골든글러브 6회에 한국시리즈 MVP도 두차례나 수상했고 지난해 7월에는 한.일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한 바도 있다.

ⓒOSEN
그런 이종범의 은퇴는 갑작스러웠다. 지난달 31일 선동렬 감독, 김조호 단장과 면담한후 곧바로 은퇴의사를 밝혔다.

은퇴가 급작스러운만큼 팬들의 충격은 컸고 그에 따른 설왕설래도 한동안 계속될 모양이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결정된 그 내막이 석연찮긴 하지만 은퇴가 번복될 수는 없겠고 어쨌거나 야구선수 이종범은 이제 없다.

웹서핑을 하다 ‘내인생 2막의 출발선에서’란 글을 읽었다. 40대를 인생2막의 출발선으로 정의한 글쓴이는 인생2막을 행복하게 꾸려갈 6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자신이 처한 현재의 환경을 깔끔하게 인정한다.
둘째 가족간 소통이 잘되고 자연스런 스킨십을 자주해야한다.
셋째 자녀의 문제로 골머리 싸매지말고 자녀에게 슬픔이나 상처의 트라우마를 안기지 말아야한다.
넷째 부부간에 애정이 돈독해야한다.
다섯째 과거의 삶에 대해 후회로 얽매이지 말아야 하고 현재의 삶은 평화로워야하며 미래의 삶은 불안함이 없어야한다.
여섯째 돈은 아주 많이 쪼들리지 않아야한다.


은퇴를 발표한 이종범은 심경정리를 위해 다음날로 서울행을 택했다고 한다. 그의 서울행은 스스로 인정한 ‘서운함’-구단에 대한, 선배에 대한-을 털어버리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42년 삶이 곧 야구였고 프로데뷔이후 20년을 최고로 살아온 선수가 1군 엔트리에 끼지 못한 채 개막을 맞게 되는 상황였다. 영화 ‘친구’의 유오성 대사처럼 ‘쪽팔리서’ 지금은 울화에 쌓여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는 인생2막의 출발선에 서있다. 현재의 상황을 깔끔하게 인정하려 노력해야한다. 영광으로 점철된 과거의 삶이 지금의 울화로 인해 후회되어선 안될 것이다. 그 울화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깨트려선 안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가장 잘 아는, 혹은 유일하게 아는 야구와의 연을 놓지 않는다면 그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상당부분 가셔질 것이다.

가장의 울화는 가정불화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자녀에겐 상처를 남기기 십상이다. 이종범이라면 돈에 쪼들릴 상황은 아닐 것이고...
인생 2막의 출발선에 서있는 이종범은 같은 라인에 서있는 무수한 40대들보다 유리하다.

‘야구는 이종범’이라 했다. 그만큼 현명하단 뜻일수도 있겠다.
평생의 자부심에 상처입어 그를 사랑한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는 은퇴선언을 하고 말았지만 팬들의 충격을 다독이고, 평생 동료들과의 앙금을 털고, 팬들의 환호속에 다시 아름답게 퇴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은퇴는 인생 1막의 결승점이자 인생 2막의 출발점이다.
이종범의 잘 꿰여진 인생 2막 첫 단추.
금년시즌 언제 어디서던가 야구 제일 잘했던 이종범의 훈훈한 은퇴경기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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