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삼성 현대차 SK가 해체되는 날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 2012.04.02 06:17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등 국내 10대그룹 소속 상장사의 매출액은 2010년 말 기준 전체 상장사 매출총액의 50%를 조금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계의 정확성에 논란이 있지만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10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기준 40%를 넘었다는 자료도 나왔다.

비슷한 추세로 2010년 이후 10대그룹의 상장주식 시가총액이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특히 10대그룹 중에서도 삼성과 현대차의 비중은 10대그룹 전체의 60%에 근접한다.

10대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보여주는 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0대그룹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5%에서 2010년에는 75.6%로 높아졌다. 이 기간 중 10대그룹 자산은 321조원 늘어난데 비해 GDP는 146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경제는 수출에 크게 의존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이른다. 우리가 연간 5%의 경제성장을 한다면 그 중에서 3.5%포인트는 수출 때문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그런데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에서 10대그룹의 비중은 65.8%를 기록했다. 30대그룹 비중은 84.2%나 된다.

이 같은 거시지표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재벌 비판론자들의 주장대로 10대그룹의 승자독식과 재벌의 경제독점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한편에서는 한국경제는 10대 그룹을 빼면 경제성장도, 수출도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경제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출자총액제도 부활이라든가 순환출자 금지 같은 재벌해체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주장대로 10대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대해 출총제를 적용하고,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30%까지만 허용할 경우 현대중공업이나 한화 한진그룹은 일부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도 방식에 따라서는 충격이 만만찮다.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로 얽혀있다. 이런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면 삼성생명이나 기아차 같은 초우량 글로벌 기업들이 대우차나 쌍용차처럼 M&A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아니면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들여 오너일가가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삼성그룹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려면 20조원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추론도 있다.

SK LG GS그룹처럼 이미 일부 또는 전부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은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 보유를 현행보다 크게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SK LG GS그룹은 기존의 일부 자회사들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한국의 10대그룹이 해체되는 날은 한국경제에 조종이 울리는 날이다. 한국의 10대그룹이 해체되는 날은 국내외 투기자본의 잔치가 시작되는 날이다. 한국의 초우량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돼 M&A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물통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적다고 물통을 깨부수면 어떻게 될까. 우리들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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