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위원 협박했다간 재건축 물건너간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2.03.28 15:57

서울시, 주요 위원회 위원 보호대책 마련…"사전로비, 공갈·협박 등 행위 엄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이었던 K대 A교수는 최근 강남의 한 재건축 추진단지에 대한 소위원회 심의를 진행하면서 '소형의무비율 확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 해당 단지 조합원들에 알려져 낭패를 봤다.

일부 조합원들이 A교수의 휴대전화와 교수실 전화번호를 조합원 카페에 공개, 항의전화를 독려하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국 A교수는 시에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처럼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도시계획위원회나 건축위원회 위원을 상대로 사전로비, 공갈·협박 등을 자행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당장 이달부터 주요 위원회 위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부작용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돼서다.

서울시는 이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해당 안건 상정을 제외하거나 재상정 유보기간을 늘리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위원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15일 책임행정과 투명한 행정 구현을 위해 전국 최초로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 주요 위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었다. 건축위원회 명단은 이달 29일부터 시 주택정책실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그동안 시는 위원명단이 공개될 경우 로비의 대상이 되거나 위원회 심의시 소신있는 발언이 어려워져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을 우려, 타 시도에서와 같이 공개하지 않아왔다.

시는 심의위원에 대한 사전 로비, 공갈·협박 등의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상정안건에서 제외하거나 재상정 유보기간을 늘리는 등의 불이익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공정한 심의를 저촉한 사례로 보도자료를 배포, 시민들에 알리기로 했다.


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심의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의 도를 넘어선 항의로 도시계획위원회 한 위원이 상당한 곤욕을 치뤘다"며 "앞으로 투명한 행정을 위해 명단을 공개하는 만큼 위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건축위원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제도상으로만 있던 건축주 건축심의 참관과 이의신청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건축주가 건축위원회 심의 참관을 희망할 경우 참관신청서 제출 후 심의 진행과정을 참관할 수 있다. 건축주가 다수일 경우 3인 이내까지 가능하다.

위원회가 제시한 심의조건이 건축가의 설계의도와 전혀 달라 사업추진이 어렵거나 조건이행을 위한 과도한 기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위원회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위원 공개모집과 명단공개, 건축주 심의 참관, 이의신청제 등 건축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할 다양한 방안을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며 "건축위원회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가 위원 명단을 공개한 건축위원회는 시 주택정책실장을 위원장을 맡고 관계공무원 3명, 시의원 4명, 민간전문가 77명 등 총 84명의 풀(pool)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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