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자존심' 샤프마저...전자왕국 日의 몰락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김국헌 기자 | 2012.03.27 21:23

생존 위해 대만 혼하이와 제휴...최대주주 자리 내줘

일본 D램 반도체의 희망 엘피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일본 디스플레이의 자존심인 샤프가 대주주 자리를 대만 기업에 넘겨주면서 전자산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일본 디스플레이의 자존심으로 1912년 설립된 샤프는 100년간 지켜온 일본인 최대주주의 자리를 대만기업에 넘겨주게 됐다.

샤프는 27일 대만 혼하이정밀과 LCD 사업 제휴의 일환으로 혼하이에 669억엔(약 9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신주발행으로 혼하이정밀은 샤프 지분 약 11%를 보유하게 돼, 샤프의 최대 주주가 된다.

또 샤프는 감산을 결정한 일본 오사카 사카이현 공장(10세대 LCD 공장)의 지분 46.48%도 660억엔에 함께 매각하기로 했다. 혼하이정밀은 사카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LCD 패널을 최대 50%까지 구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샤프가 지켜왔던 '샤프만의 기술력'이라는 자존심을 버린 것이다. '샤프펜슬'로 유명한 샤프는 1964년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 계산기를 만들고 1973년 세계최초 LCD 계산기를 만들면서 'LCD의 원조'로 불리는 기업이다.

샤프는 LCD 기술에 대한 자존심이 강해 자사가 생산한 패널은 타 기업에 공급하지 않고 자사의 평면 TV인 아쿠오스(AQUOS)에만 채택하는 전략을 구가해왔으나, 결국 연이은 적자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샤프는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순손실 2900억엔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같은 적자의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소니가 삼성과의 합작을 접은데 이어 샤프마저 물러나면 디스플레이 명가였던 일본의 LCD 사업은 사실상 그 명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샤프는 생존을 위해 일본 기업에 우호적인 대만 파트너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혼하이정밀은 애플 제품의 부품을 공급하는 팍스콘의 모회사다. 또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AUO에 이어 LCD 업계 4위권인 CMI(치메이이노룩스)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LCD 업계 5위인 샤프와 4위인 CMI의 시너지를 감안할 경우 이번 전략적 제휴로 LCD 업계에 판도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위 AUO를 제친데 이어 2위권을 넘볼 수 있는 수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변수는 애플이다. 애플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이 주를 이루는 혼하이 그룹이 TV 패널의 최강자였던 샤프를 손에 넣음으로써 'LCD 원조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TV 시장을 넘보는 '애플TV'까지 도맡을 공산이 크다. 이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LCD 패널업체들에게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위기상황에서 어려운 기업간 결합이 어느 정도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어려운 기업간 결합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생존을 위해 혼하이와 샤프가 손을 잡은 만큼 향후 성공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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