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들이 'FTA 전도사'와 'FTA 폐기론자'의 대결로 중점 부각시킨 결과인지 서울 강남을 지역구 주민들의 FTA에 대한 관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30대 김모(남)씨는 "미국 이전에도 EU, 칠레 등 여러 나라와 FTA를 맺었지만 유독 미국과의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과 FTA를 폐기하라는 야당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하며 한·미, 한·EU(유럽연합) 등 굵직굵직한 FTA 협상을 이끌어낸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김 후보가 27일 오전 수서동에 위치한 강남구 직업재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한미 FTA를 지지한다"며 악수를 청해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거리 유세에선 멈춰선 차량에서 차창을 내리고 응원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김 후보에게 걸림돌이 있다면 대선주자를 지낸 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였다. 김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늦게 후보로 공천됐기 때문에 준비가 많이 늦었다.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짧은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등산 가는 길에 정 후보의 실물을 직접 보려고 들어와 봤다"며 "정 후보는 국회의원을 오래했기 때문에 얼굴을 잘 알지만, 김종훈 후보는 누군지 잘 모른다. 이젠 강남도 바뀌어야 할때"며 정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대치동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30대 박모(여)씨도 "정 후보에 대한 평판이 생각보다 좋더라. 새누리당은 지금껏 서민들을 힘들게 했다. 서민들 애로사항을 잘 듣고 편안하게 잘 살게 만드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한미 FTA로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어려워진다던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정 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공무원 생활을 오래해온 김 후보를 훌쩍 뛰어넘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에게 스스럼없이 반갑게 악수를 청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인지도를 지지율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한미 FTA 폐기' 주장 등 급진적 이미지가 보수층이 많은 강남에는 분명 부담이었다.
정 후보 역시 얼마 전 트위터에 "'당신은 안돼! 빨갱이 같으니라구! 여기가 어디라고!', 어제 아침 지하철 대치역에서 출근인사 중 들은 덕담(?)"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FTA 체결자와 폐기론자의 정면승부=강남을 등 강남벨트는 대구 경북 지역과 더불어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하지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주도한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폐기론자인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맞붙으면서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한미 FTA 폐기론자인 정 후보에 맞서는 카드로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낸 김 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도 이러한 대립구조를 더욱 명확히 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가 정 후보를 압도하고 있었다.
지난 25일 매경의 여론조사결과에서는 김 후보가 38.7%, 30.1%의 지지율을 얻은 정 후보를 따돌렸다. 24일 서울신문조사에서도 김 후보 43.9%, 정 후보 35.1%를 기록했다. 22일 SBS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 40.5%, 정 후보 30%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는 있어도 김 후보가 여전히 압도적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FTA란 대척점을 갖고 있어서인지 두 후보의 신경전 역시 대단했다. 정 후보는 "처음엔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했지만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 "이제 확 뒤집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김 후보는 철학이 다른 두 정부를 섬겼다. 물론 공무원이 정부 일을 잘해야 하지만 정치인은 일관성과 철학이 중요한데 독재에도 부역하고 민주정권에도 봉사하고 이건 말이 안 된다"며 "그런 이중성은 정치인에게 있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수렴하고 조화하고 균형하고 그런 작업이 정치가 아닐까 싶다"며 "극단적 대립을 일삼고 말을 바꾸면서 반대를 일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받아쳤다.
◇강남을, 현안을 해결하라=강남을 지역의 빈부 격차와 아파트 재건축 등의 현안도 총선의 핵심 변수다.
강남을 지역은 고급 아파트와 판자촌이 공존, 다른 강남벨트 지역에 비해 소득격차가 큰 편이다. 특히 구룡마을은 대표적인 저소득층 지역이다. 이곳 주민 2300여명은 지난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부터 투표권을 행사했다. 정 후보 측은 이전부터 구룡마을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써 이 지역에서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정책기조가 바뀐 아파트 재건축 역시 표의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포동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 등은 요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건축 계획을 보류한 것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개포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민주당 시장이 들어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대치동 등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60~70%대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구룡마을이 포함된 개포4동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 후보를 0.4%포인트까지 추격,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모두 강남을 지역 현악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 강화, 서울시와의 대화 등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민들의 표심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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