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양적완화 열어놨지만 가능성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2.03.27 09:25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 고용시장 상황을 최근 시장 분위기보다 비관적으로 진단하며 연준 추가 부양책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버냉키는 이날 발언으로 고용시장에 아직 연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연준이 추가부양책을 쓸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이 상당해 '지원'의 강도에 대해서는 아직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버냉키 "고용시장, 아직 연준 지원 필요"=버냉키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컨퍼런스에서 "최근 고용시장 개선이 지속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상황과 대조된다. 2월 미국의 비농업 취업자 수 증가치는 전망치 21만 명을 웃돈 22만7000명이었으며 실업률도 8.3%선을 유지 3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버냉키는 고용과 근로 시간이 2008년 위기 전 수준에 아직 한참 못 미쳐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미 경제에 연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현저하게 추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생산과 수요가 더 급속하게 늘어나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지속적인 부양정책에 의해 가능하다"며 연준의 추가부양책 가능성을 내비쳤다.

버냉키는 최근 미국 실업률이 급속히 하락한 원인 중 하나로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 단념자들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꼽았다.

버냉키는 대부분의 실업이 숙련 노동자 부족 등 구조적 문제 보다는 일자리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는데, 통화정책의 역할이 수요 부족에 따른 실업을 영구적인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높은 실업률의 1차적인 원인이 불충분한 총수요라고 할지라도 실업률을 하락시키는 과정이 지나치게 늦어지면 장기 실업자들의 기술과 노동력이 더 약화되며 구조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은 필요…문제는 지원 강도=그러나 버냉키의 발언이 실제 추가부양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경기 개선세가 지속되며 연준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며, 2014년까지 금리 동결 약속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고조 돼 왔다.


이날 발언으로 QE3까지는 아니더라도 금리 동결이 이른 시일내에 단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수준의 합의가 시장에서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튜워트 홀 RBC 캐피탈 마켓 통화투자전략가는 "적어도 양적완화(QE) 가능성이 약간은 열린 셈"이라며 "연준이 가까운 미래까지 부양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디앤 스웡크 메시로우 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예상했던 이들은 실망할 것"이라며 "버냉키는 지속적으로 반대자들에게 저항하며 부양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발언 전 수행돼 26일 발표된 조사결과는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준 통화 부양책 중단 예상이 얼마나 고조됐는지를 드러낸다.

조사에 응한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회원 중 60%는 두 차례의 QE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으나 81%는 연준이 올해 추가 QE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자들 중 연준이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2014년 말까지 연준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은 6%에 불과했다.

연준은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며 금유위기가 본격화 되자 2008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수준(0~0.25%)로 인하하고 두 차례의 QE를 통해 2조3000억 달러의 미국공채를 매입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경제가 개선돼 왔다고 진단했으나 2014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이날 발표된 NABE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6일까지 259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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