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숨은 당선자', 로고송의 세계

머니투데이 김동하,오민희인턴 기자 | 2012.03.22 08:49

[엔터&머니]선거 로고송의 경제학<1>대통령 200만·의원 50만… 에누리없는 '음악값'

편집자주 | 4.11총선을 2주 앞둔 오는 29일. 수많은 '선거 로고송'들이 본격적으로 울려 퍼진다. 선거용 음악의 뒤에는 치열한 전략과 자본의 논리도 숨어 있다. 선거 로고송에 숨은 경제학,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짚어봤다.

'대통령 200만원 국회의원 50만원…음악 사용료 내세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예외가 없다. 기존 음악을 선거용 '로고송'(Logo Song:상징하는 노래)’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작사·작곡가의 허락을 받고 돈을 내야한다.

곡 사용료만 대통령 후보 200만원, 국회의원 후보 50만원, 기초의원 후보 12만5000원으로 다양하다. 제작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비용은 4~8배는 많게 투입된다.

오는 4월11일 열리는 19대 총선에는 1000여명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300개 의석에 도전한다. 이들이 수백만원씩 들여 야심차게 준비한 선거 로고송들은 오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울려 퍼진다.

당선된 후보들은 로고송 제작비용을 선거 보전금에 포함시켜서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떨어진 후보들은 나중에 재활용하지 않는 한 저작권료와 제작비를 날리게 된다.

◇대통령, 국회의원도 에누리없는 가격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2004년부터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들이 로고송을 활용할 경우,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있다. 대다수 작사·작곡가들은 협회에 저작권을 신탁해 놓고 있다.

협회 징수규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당시 후보는 곡당 200만원을 협회에 지불하고 국회의원 선거시 정당도 200만원을 낸다. 광역시장과 도지사를 뽑는 광역단체장 선거후보는 100만원, 시장이나 구청장 등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은 각각 50만원씩을 협회에 내야한다.

광역의원 선거, 교육의원 선거는 25만원, 기초의원 선거는 12만 5000원이 책정돼 있다.

협회 징수내역에 따르면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전국 245개 선거구에 1119명의 후보자가 총 1176곡을 사용, 정당을 제외한 국회의원 후보로부터만 5억8400만원을 징수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총 10곡을 신청, 협회에만 2000만원을 지불했다. 박상철의 ‘무조건’과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 슈퍼주니어의 ‘로꾸거’,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 길옥윤의 ‘서울의 모정’,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 ‘카스바의 여인’ CF 배경 음악인 ‘러브송’과 ‘달라송’, MBC의 ‘무릎팍 도사’의 로고송인 ‘무릎팍 송’을 활용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장윤정의 ‘어부바’, 박현빈의 ‘빠라빠빠’ 등 귀에 익숙한 곡을 개사하고 나머지는 창작했다. 음악저작권협회에는 13곡의 가장 많은 로고송을 신청, 저작권료만으로 2600만원을 사용했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비용은 12만 5000원으로 가장 낮지만 후보자가 많아 저작권료는 상당하다. 2010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기초의원 선거구 1269곳, 의원 정수 2888석으로 후보자만 무려 5862명이었다. 1인당 1곡을 사용했다고 계산하더라도 7억3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2010년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시장·구청장·도지사·구의원·시의원 투표에서 후보자 수가 총선의 10배 가까이 됐고, 협회 매출만 수십억원에 달했다. 10%정도는 협회 수익으로 돌아오고 나머지는 작사,작곡가에게 돌아간다. 가수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다.

◇인격권료+제작비…실비 1후보당 250~600만원선

선거 로고송을 위해 정치인들이 부담하는 돈은 협회에 내는 돈보다 훨씬 많다.

사용허가를 받더라도 후보가 선거용으로 가사를 바꾸려면 작사·작곡가에게 개별적으로 저작'인격권'료를 줘야한다. 인격권은 저작권 협회에 신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격권 가격은 무료에서 250만원 전후로 다양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명 작사,작곡가들의 경우 음악저작권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는 것이 보통”이라며 "유명 작곡가들은 선거기간만 2~3억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용 승인 후 로고송을 만드는 '제작비'도 물론 정치인이 낸다. 후보자의 특색을 살린 개사,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가창, 성우의 유세멘트, 구호녹음에도 비용이 들며 스튜디오 사용료를 포함해 200~300만원의 제작비가 추가된다.

결국 총선에 출마하는 한 국회의원 후보가 노래 1곡을 선거로고송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료 50만원, 저작인격권료와 제작비를 포함해 적게는 25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 넘게 드는 셈이다.

정당 로고송의 경우 좀 더 많은 비용이 든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티아라의 ‘롤리폴리’를 선거로고송으로 선택하면서 저작권료 200만원에 저작인접권료와 제작비를 더해 1000만원 가량 사용했다고 한다. 울랄라 세션의 '미인',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조승구의 '꽃바람 여인', 거북이의 '빙고'등 다른 로고송을 포함할 경우 5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쓰는 셈이다.

◇정치인 안내면…음저協, 소송 불사

협회은 2004년 전후부터 선거에서 저작권료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정치인이라고 모두 자발적으로 내는 건 아니고, 이 규정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협회는 소송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징수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광역단체장 선거 때도 200~300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대부분 승소했다고 한다. 징수규정이 명확히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음악저작권협회는 여러 저작권 및 음악관련 협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파워풀한 기관으로 분류된다.

협회 관계자는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예외 없이 선거음악 사용료에 대해 징수하고 있다"며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도 음악사용료를 내지 않는 후보가 있을 경우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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