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만드는 노래는 따로 있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2.03.22 09:09

[엔터&머니]선거 로고송의 경제학<2>선거 로고송 '대박'의 법칙

편집자주 | 4.11총선을 14일 앞둔 오는 29일. 수많은 '선거 로고송'들이 본격적으로 울려 퍼진다. 선거용 음악의 뒤에는 치열한 전략과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다. 선거 로고송에 숨은 경제학,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짚어봤다.

경기도의 한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A씨(23,남,대학생)는 선거준비가 한창인 지난주 노래방을 전전하며 10시간 가까이 보냈다. 평일과 주말 한번씩. 동네 주민들이 잘 부르는 노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평일에는 직장인이나 어르신들이 회식하면서 어떤 노래를 하는지 확인했고 주말에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적었다.

정치 컨설팅 회사나 로고송 제작 업체에 맡기기 전에 지역구의 취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A씨는 트로트부터 락, 댄스곡까지 '노래방 애창곡 50곡'도 꼼꼼히 적었다.

◇'인지도' 위주…노래방 애창곡 순위도 도움

선거 로고송의 제 1원칙은 인지도다. 친숙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를 골라야 당의 이름이나 후보 이름을 넣어도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은 한 후보 관계자는 "선거 기간 정당 노래와 후보 노래 등 총 7~8개의 로고송을 쓴다"며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선거유세를 펼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질리지 않는 노래를 고른다"고 말했다. 그는 "익숙한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입에 후보의 이름도 함께 맴돌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후보 선거캠프의 관계자는 "20대부터 60대까지 아는 노래가 가장 좋고, 아니더라도 댄스곡 2곡, 신세대 트로트 3곡으로 맞춘다"고 말했다.

선거 로고송을 제작하는 한 업체는 "선거 로고송은 노래방 18번, 또는 장기자랑 18번으로 꼽히는 곡들이 많다"며 "누군가 부르면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래를 추천해달라는 캠프도 있다"고 밝혔다.



◇ 잘나가는 노래, 겹쳐도 밀어붙여

한 지역구에서 상대 후보와 로고송이 겹치지 않도록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먼저 노래를 제작한 선거 캠프 쪽이 먼저 유세현장에서 사용해 선점을 알린다. 로고송 제작이 끝나자마자 상대 후보 캠프 주변을 돌며 결정된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우리 노래이니 설마 그쪽이 또 쓰진 않겠지'라는 의미다.

각 정당들은 정당 로고송을 별도로 제작해 소속 후보들에게 제공한다. 새누리당은 이번 19대 총선에서 슈퍼스타K3 우승으로 유명해진 울랄라 세션의 '미인'과 티아라의 '롤리폴리'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한편,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조승구의 '꽃바람 여인'과 같은 트로트도 배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출마 당시 로고송이던 거북이의 '빙고'도 쓰일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아직 정당 로고송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라디오 방송으로 유명해 진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로고송 독점사용을 계약했다. '나꼼수' 방송은 청취층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고, 수십차례 토크콘서트를 열면서 팬층을 확보했다. 이밖에 홈페이지를 통해 오렌지캬라멜의 '마법소녀'나 카라의 '미스터'와 같은 댄스곡과 장윤정의 '어부바'등 10여곡을 지정해 소속 후보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정당별로 로고송의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대세'가 된 노래는 겹쳐도 밀어 붙여 활용한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전국 194명의 후보자들이 사용한 '무조건'은 몇몇 선거구에서는 후보끼리 중복으로 사용됐다. 로고송 겹치기가 극히 꺼려지는 대선에서도 '빠라빠빠'는 당시 정동영 후보와 권영길 후보가 동시에 사용하기도 했다. 복수의 정당 관계자들은 "젊은 층과 어르신 층이 함께 시청했던 '나는 가수다'나 '슈퍼스타K'의 노래들이 로고송 후보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며 "선곡이 겹쳐도 좋은 곡을 쓰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싼 노래 인기만점…CF곡도 '노크'

CM송과 같이 저작권료가 공짜인 노래들의 인기도 많아지고 있다. 선거 로고송 하나에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60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 하이마트의 TV광고 노래나 대웅제약 우루사의 '간때문이야' 는 작사·작곡가에게 주는 저작권료가 없다.

대웅제약 측은 "CF노래는 많이 불리면 좋다는 차원에서 무료 제공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요 '우리 모두 다함께', '비행기'나 외국곡 '연가'등도 마찬가지. 가수 섭외와 편곡에 필요한 제작비만 지불하면 된다. 상황에 따라서 작사·작곡가들이 무료로 곡을 제공하기도 한다.

선거철 특수를 맞아 로고송 패키지를 선보이는 제작사도 있다.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 윙크, 장윤정 소속사 '일우 프로덕션'은 소속 가수들의 일부 노래는 독점 공급을 내걸고 로고송 2~3개를 제작해주는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가수 박현빈이 직접 불러준다는 혜택도 붙였다.

저작권협회에 따르면 100곡 이상 제작하는 대형 로고송 제작업체만 10곳, 전국의 영세한 제작사나 기획사는 훨씬 많다. 많은 제작사들이 평소에는 영화음악이나 CF음악, 음반 제작 등을 하면서 선거철에는 로고송을 전문으로 제작하고 있다.

2012년에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다. 선거로고송을 제작하는 업체들은 선거특수를 맞아 스튜디오를 선점하며 성업 중이다.

작곡가 출신의 한 제작사 관계자는 "선거 로고송을 위해 발음이 좋고, 목소리가 밝으며 젊은 세대 느낌이 나는 가수들을 여럿 섭외했다"고 말했다. 노래를 하면서 정당과 후보자 이름, 정책 등을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고송 가수들은 보통 코러스나 삽임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 이 관계자는 "가수 중에도 여성은 낭랑한 높은 톤을, 남성은 아나운서 톤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4. 4 "아시아나 마일리지 자동소멸? 전용몰은 다 품절"…쓸 곳이 없다
  5. 5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