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청약통장 500만원에 삽니다", 어디?

머니투데이 연기(충남)=전병윤 기자 | 2012.03.21 04:37

[르포]세종시, 분양권·청약통장 불법매매 등 투기 극성…중개업소 1/3 '떴다방'

"불법전매하다가 걸려서 문을 닫은 중개업소가 주변에 3~4곳 됩니다. 합동단속반이 뜨면서 2주 전부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예요."(충남 연기군 금남면 용포리 S공인중개사 대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선 때아닌 '불법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꾼이 몰리면서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만 최고 1억원까지 치솟는 등 과열양상을 빚으면서다.

 과열의 온상은 기획부동산업체나 '떴다방'(이동식중개업소)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 청약통장 매매 등으로 과열을 조장한 뒤 불법전매로 이익을 챙기는 수법을 주로 쓴다. 이를테면 서울이나 경기 등에서 가점이 높은 1순위 청약통장을 무더기로 사들여 청약한 뒤 당첨되면 분양권을 웃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방식이다.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전단지나 인터넷·문자메시지를 통한 광고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서울 시내에 불법 광고물이 버젓이 돌아다닌다. ⓒ전병윤 기자

 수법도 대담하다. 버젓이 전봇대에 '청약통장을 매입한다'는 전단지를 붙여놓기도 하고 '세종시 분양권을 거래한다'는 인터넷 사이트 등도 활개를 치고 있다. 현행 주택법에는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하거나 이를 알선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전단지나 인터넷·문자메시지를 통한 광고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이들은 이 같은 처벌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속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암암리에 불법거래를 통해 잇속을 챙기고 있다. 전단지를 돌린 경기 성남시에 소재한 S공인중개업소에 불법 사실을 묻자 "청약통장 매매가 불법인 건 알지만 걸리지 않아 문제없다"는 식의 당찬(?) 답변이 돌아왔다.

떴다방이나 일부 공인중개업소는 전매제한이 걸린 분양권을 이면계약 등을 통해 서류상으로 매매 흔적을 남기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현재 세종시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용포리 70곳, 첫마을 40곳을 합쳐 110곳이 영업 중이다.
 용포리 S공인중개사 대표는 "세종시 중개업소 중 적어도 3분의1은 서울, 파주, 성남 등에서 내려온 분양권 매매 전문 떴다방으로 보인다"며 "각종 개발현장마다 만난 부류들이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끊임없이 물밑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청약통장을 500만원 주고 매입한 업자들이 당첨 후에는 적어도 1000만원 이상을 받고 넘겨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처럼 불법전매를 몇 단계만 거치면 프리미엄이 3000만~4000만원을 훌쩍 넘고 결국 마지막 실수요자만 덤터기를 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과열이 조장되자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세종시 첫마을 1단계 단지 중 금강 조망이 가능한 일부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1억원까지 치솟았다. 보다 못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지난해 말부터 지방 검찰·경찰·국세청·지방자치단체와 합동단속반을 꾸려 불법매매 단속에 나섰다. 지난달 불법 부동산 거래 등의 혐의로 9건을 적발해 수사 중이다.

↑세종시 첫마을 1단계 단지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했다. ⓒ전병윤 기자

 행복청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경찰에서 암행감찰 등을 통해 혐의자를 잡아 조사 중이지만 물증 확보가 어려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경찰청에서 청약통장 불법거래 사이트와 전단지 등의 정보를 모아 조사 중이지만 사적으로 은밀히 이뤄지고 있어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분위기는 한층 냉랭해졌다. 용포리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불법전매인 줄 알면서도 프리미엄을 붙여 팔겠다는 문의 전화가 가끔 온다"며 "단속이 강화돼 숨을 죽이고 있지만 상황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언제든지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첫마을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업자들이 이미 훑고 지나간 마당에 뒤늦게 단속을 강화하면서 투자수요까지 위축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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