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열어보니 3억 '깜짝' 이게 다 들어가?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 2012.03.16 09:26

[신사임당은 어디에- 中] 범죄조직, 정치자금, 비자금 세탁 등에 악용

5만원권 지폐가 각종 범죄에 등장하고 있다.

경제수준과 화폐발행 비용절감 등의 필요성으로 5만원권이 발행됐지만 뇌물·탈세·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발행 초기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5만원권이 범죄에 사용될 경우 돈 흐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금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 중 한쪽이 혐의를 부인하면 수사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우려가 현실로= 2011년 12월 29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사무실에 등산용 배낭을 멘 한 남성이 찾아왔다. 배낭을 열자 5만원권 현금다발 수십개가 쏟아져 나왔다. 모두 3억원이었다.

영업정지된 한 저축은행 전 직원이었던 이 남성은 저축은행 옛 직장상사가 맡긴 돈이라고 했다.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합수단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장상사가 목숨을 끊기 전 수표로 3억원을 건네며 현금화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5만원으로 현금화한 이 남성은 저축은행 간부들이 구속되고 직장상사마저 목숨을 끊자 돈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했다. 마침 합수단에서 검찰청에 나오라는 통보가 오자 오히려 잘됐다는 마음으로 돈뭉치를 싸들고 왔다고 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1월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장 집을 압수수색했다. 학교자금 횡령 의심을 받던 이 교장의 집 금고에선 5만원권으로 현금 17억원이 발견됐다. 5만원권 17억원은 무게만 34㎏에 달했다.

검찰은 이 교장을 학교 돈 11억원을 횡령하고 교사 2명으로 부터 채용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현금 17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정확히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씨는 5만원권을 로비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공천이나 선거운동 비리, 국회의원 줄소환 사태를 빚은 '청목회 사건'에서도 5만원권이 등장했다.


◇범죄 악용 막을 방법은 없나= 5만원권이 범죄에 사용될 경우 돈 흐름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금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 중 한쪽이 혐의를 부인하면 사실상 혐의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고 수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5만원권은 사실상 수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피가 작고 금액이 커 도박자금이나 뇌물 등 악용의 소지가 많고 실제 수사 과정에서 5만원권이 자주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현금을 이용한 불법거래를 수사기관에서 입증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융합형법연구센터 강석구 센터장은 "현금을 사용한 불법거래는 금융정보를 사전에 인지한다고 해도 수사기관에서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액권이 나올수록 자금세탁은 쉬워질 수밖에 없다"며 "지폐의 크기도 영향을 주는데 자금세탁이나 불법거래 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5만원권 발행과 함께 지폐 크기를 축소한 것은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달 국회를 통과, 이달 말 발효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 현금을 이용한 탈세범 수사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세청장에게 제공하는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있는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탈세나 불법자금 수사에서 검찰이 국세청과 공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금거래 정보가 확대되면 비자금 등 검은돈 수사에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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