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씩 벌수있다던 '로또아파트'의 몰락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2.03.14 16:25

위례신도시 등 보금자리주택 계약 포기 잇따라…본청약이어 '충격'


- 주택시장 침체로 가격 상승 기대감 시들
- 전매제한, 의무거주 등 재산권행사 제약
- 소득 낮은 실수요자 분양자금 마련 부담


당첨만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소위 '로또아파트'로 불렸던 보금자리주택이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전예약 당첨자들은 물론 본청약 당첨자들조차도 의무거주기간과 거래제한, 주변 시세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계약을 무더기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주택토지공사(LH)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당첨자 2949명을 대상으로 분양계약을 실시한 결과 9%인 260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여기에 무주택 요건에 맞지 않거나 중복 당첨되는 등의 부적격자 152명을 포함하면 미계약자는 총 412명으로, 계약률은 86%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지난 2009년 10월 사전예약적격자를 대상으로 본청약을 실시했던 고양 원흥보금자리주택도 대상자 1850명중 49%에 불과한 894명만이 신청했다. 예비당첨자까지 계약대상자를 늘렸지만 총 1810명이 계약하는데 그쳐 결국 40가구는 일반분양 물량으로 넘어갔다.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도 지난해 12월 진행한 본청약에서 571명의 사전예약 당첨자들이 청약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로 청약제도의 헛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주택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수요자에 공급 규모나 분양가, 입지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기 위해 '사전예약제도'를 도입했다.

사전예약제는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인근 집값이 하락해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본청약을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기준이 되는 주변 시세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인근 거여동의 3.3㎡당 매매 시세는 1425만6000원 선으로, 위례신도시 3.3㎡당 평균 분양가 1280만원보다 10% 가량 높은 수준이다. 당초 주변 시세의 40% 안팎 저렴할 것이라던 기대치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 위축으로 사전예약의 필요성이 줄어들자 국토해양부는 앞으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사전예약 절차없이 곧바로 본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른 보금자리주택으로 갈아타는데 제약이 없다는 점도 본청약 실패의 이유로 꼽힌다. 사전예약 당첨 후 다른 보금자리에 대한 사전예약은 1~2년간 금지되지만, 다른 보금자리주택 본청약에는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LH는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 본청약 등 다른 주택에 당첨이 됐거나 좀 더 넓은 주택형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LH 관계자는 "사전예약 당시보다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부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강남 보금자리주택 본청약 등이 당첨돼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 전매제한과 거주요건이 길어 재산권 행사 제약이 큰 점도 본청약을 포기한 요인으로 꼽힌다. 사전예약 당시 인근 시세의 65%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된 위례신도시의 경우 전매제한 10년, 실거주 5년의 의무기간을 거쳐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최장 10년간 보금자리주택에 묶여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60㎡ 이하 소형주택은 다소 작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게다가 보금자리주택 청약 대상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대출 등 금융비용에 부담을 느낀 점도 계약률을 떨어뜨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산소마스크 내려오고 승객들 코피 쏟고…대만행 대한항공편 긴급 회항
  2. 2 '처형 강제추행' 혐의 유영재, 검찰 송치…선우은숙 측 녹취록 인정
  3. 3 절반이나 남아 생산라인 세웠다…재고 쌓인 전기차
  4. 4 '상간녀' 저격했는데 엉뚱한 사람…황정음, 3개월 만에 결국 피소
  5. 5 새까맣게 덮인 북한산 정상…'러브버그' 놀란 비명 더 멀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