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기억과 관찰에서 나온다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 칼럼니스트 | 2012.03.16 13:56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가 제시 리버모어는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관찰과 기억을 꼽았다. 관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큼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도 없다. 관찰한 결과는 기억 속의 과거와 비교해봐야 한다.

에드거 앨런 포가 쓴 단편소설 '소용돌이 속으로'를 읽어보자.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투자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노르웨이 바닷가에 사는 한 늙은 어부가 겪은 6시간 동안의 끔찍한 공포가 줄거리다.

노인은 주로 소용돌이가 이는 시간에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적당한 물 때를 잡기만 하면 남들보다 몇 배나 되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화창하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해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치더니 맹렬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노인이 탄 배는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곧 죽게 생겼다.

노인은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더이상 아무런 희망도 기대하지 않자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잠시 후 노인은 소용돌이 자체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불현듯 소용돌이 속의 심연을 탐험하고 싶어진 것이다.

배는 물거품에 둘러싸인 채 빙빙 돌았다. 마치 둘레가 거대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깔때기 내부에 걸린 것 같았다. 처음에는 너무 혼란스러워 정확히 관찰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서운 종말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자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는 배와 함께 떠다니는 무수한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노인은 물거품 아래를 향해 떨어지는 물체들의 속도를 비교했다. "그것은 새로운 공포가 아니라 더욱 흥분되는 희망의 서광이었다. 이 희망은 기억과 관찰로부터 솟아오른 것이었다."

노인은 예전에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갔다가 나와 해안가에 흩어진 여러 표류물들을 떠올렸다. 대부분 심하게 부서져 있었지만 몇 가지는 전혀 상하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조각일수록 처참하게 파괴됐고 같은 부피라면 원통형 물건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속도가 늦었다. 이런 기억과 관찰을 통해 노인은 결단을 내렸다. 붙잡고 있던 물통에 몸을 단단히 붙들어 맨 채 배와 물통의 연결부를 잘라내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노인이 물통과 함께 배에서 떨어져나온 지 1시간 만에 배는 서너 번 급격히 빙빙 돌더니 거꾸로 떨어져 물거품의 혼돈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 후 소용돌이의 맹렬한 기세도 꺾였다. 소용돌이는 멈췄고 노인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었는가.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져들 때도 이런 관찰과 기억을 동원한다면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도 혼자 힘으로 말이다.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 소용돌이는 다름 아닌 군중의 흐름이다. 군중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린다. 그럴 듯한 기대가 광기를 불러오고 조그만 충격은 패닉을 초래한다.

주식시장이 패닉에 휩싸였을 때의 흥분과 위기감은 가라앉는 배 위에서 느끼는 심정과 비슷한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풍요와 허영에 취해 온갖 호사를 부리던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무참하게 무너져버리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 싶었던 지경을 넘어 완전히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사람들은 막연한 공포와 불확실성에 겁을 집어먹는다.

그럴 때 지혜로운 노인을 떠올려보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는 게 무엇인지 잘 기억해내고 관찰해서 그것을 꽉 붙잡아라. 노인의 지혜는 다름 아닌 관찰과 기억에서 나온 것이다. 투자자에게 물통은 무엇인가. 노인처럼 각자의 물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다. 공포와 두려움은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먹게 한다. 막연한 희망 역시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된다. 정신을 차리고 호기심의 눈길을 돌려보자. 해답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우리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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