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기절'… 건설사 여성임원이 사는 법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2.03.15 10:10

[인터뷰]원성연 SK D&D 개발사업본부장

↑원성연 SK D&D 개발 본부장 ⓒ최준필 인턴기자
 "취임 첫날 건설업계 전통주라는 '동맹주' 한 사발을 마셨어요. 그리고는 바로 119로 실려갔죠."

 원성연 SK D&D개발사업본부장(46)은 6년 전 SK건설 건축주택사업부문 팀장으로 부임할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동맹주란 커다란 그릇에 맥주·소주·양주·막걸리 등 갖은 술을 다 붓고 부서원끼리 돌아가며 마시는 것. 건설업계에서 팀원간 '동맹'을 확인하고자 거행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하지만 원 본부장에 대한 시기와 불신이 있었던 부서원들은 그에게 한 그릇 가득 담긴 술을 원샷하라고 권했고 기싸움에서 지기 싫었던 그는 결국 '술그릇'을 비우고 기절했다. 여성인데다 어리기까지 했던 그에 대한 질투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원 본부장을 설명하는 수식어에는 '최초'란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과장 3년차에 최초 팀장 승진, 1992년 공채기수 중 최초 여성임원 등의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4년 전 부임한 SK D&D(SK건설의 자회사)에서도 '유령건물'로 불리던 나산백화점을 2500억원 수준의 프라임오피스빌딩 '파로스타워'로 변모시켜 또한번의 화제를 낳았다.

 이런 그에게 여성 기업인으로서 성공하는 비법을 물었다. 예상외로 소박했다. 원 본부장은 "나는 경쟁심이 강한 사람도, 성취욕구가 남다르지도 않다"며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자는 일종의 사명감이 남보다 강해 성과를 이룬 것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꿈을 이루고 싶다면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꿈을 그릴 수 있어야 이룰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장기적인 목표뿐 아니라 단기 목표를 구상할 때도 최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했다. 실패했을 경우와 성공했을 경우를 구분해 나름의 '매뉴얼'을 만들어두라는 노하우도 건넸다.


 여성이 드문 건설업계에서 어린 나이에 팀장으로 부임해 부서원을 이끈 비법으로는 '성과중심주의'를 꼽았다. 그 자신이 성과를 통해 인정받았기에 성별·나이를 따지지 않고 성과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상한다.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지친 부서원들은 '포장마차 소주 한 잔'이 아닌 '영화감상과 대화'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독인다.

 모든 일을 척척 해내던 원 본부장에게도 육아와 직장생활 병행은 난제 중에 난제였다. 일요일에도 출근하던 그를 보고 유치원생 딸아이가 "엄마가 사실은 아빠지?"라고 묻기도 해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1년6개월간 미국에서 공부하며 딸과 둘만의 시간을 보냈고 그때 생긴 유대감으로 지금도 어려움 없이 자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원 본부장은 끝으로 이 땅의 모든 워킹맘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밀도'"라며 "엄마로서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때면 남편과 충분히 대화하고 상의하라"고 조언했다.

↑원성연 SK D&D개발사업본부장은 과장 3년차에 최초 팀장 승진, 92년 공채기수 중 최초 여성임원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최준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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