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첨단시대 '전자책과 종이책'

머니투데이 장영 인베스트코리아 투자홍보 전문위원 | 2012.03.14 16:19
최근 뉴욕타임즈에 기고된 훌륭한 선생님과 독서의 중요성에 관한 기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

1950년대 말, 올리 닐(Olly Neal)이란 가난한 흑인 아이가 있었다. 그 당시 닐은 좀도둑질을 일삼고, 선생님을 우습게 알던 아이였다. 심지어 그래디 선생님(Mrs. Grady)은 닐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닐은 수업을 빼먹고 도서관에 갔다가 섹시한 여자가 표지로 장식된 책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프랭크 예르비(Frank Yerby)라는 흑인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 책이 읽고 싶었지만 닐은 책을 대출해서 읽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책을 몰래 훔쳤다.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닐은 다시 도서관에 몰래 찾아갔다가 첫 번째 책이 놓여있던 선반 위에 다른 예르비의 소설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닐은 그 책도 훔쳐와 읽었다. 이 책 역시 흥미로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돌려놓으려고 선반에 가보니 또 다른 예르비의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네 번씩이나 이러한 일은 반복되었다. 어느새 닐은 책 읽기에 스스로 푹 빠지게 되었고, 점차 난이도가 있는 소설로 관심을 옮겨갔다. 그 후, 신문과 잡지도 읽게 되었다. 닐은 대학에 진학했고, 로스쿨까지 졸업했다. 그 후 변호사를 거쳐 판사가 되었고, 후엔 항소법원 판사가 되었다.

먼 훗날, 닐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그래디 선생님이 자신이 처음 책을 훔치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디 선생님은 처음에는 꾸중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책을 대출하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하는 닐의 마음을 이해했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모르는 척 했고, 그 다음 주 토요일 7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서점까지 차를 몰고 가서 예르비의 다른 소설을 구매해, 도서관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선생님은 이러한 수고를 두 번이나 더 반복했다.
이 일화를 듣고 난 후, 그래디 선생님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편, 이와 같은 이야기가 오늘 날에는 일어날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이야기의 현대식 버전을 생각해보라. 아마도 닐은 도서관에 가더라도 인터넷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독서와 인터넷 중독에 관한 통계를 고려해 보면, 현대시대의 닐은 책을 만지지도 않을 확률이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교과서와 참고서에 소비하는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2인 이상 가족이 책보다는 신발 구입에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통계를 살펴보면,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인터넷 중독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어른의 인터넷 중독은 6.8%인 반면, 5~9세의 어린이의 인터넷 중독률은 7.9%이다. 십대의 인터넷 중독률은 10.4%로 가장 심각한 연령집단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초래되는 위험요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도한 인터넷 사용과 독서를 연관시켜 보았을 때 문제점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이 많은 양의 독서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사, 블로그, 트위터 등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정보들에 폭격을 당하는 것과 책을 한 권 읽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전자책과 종이책에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널리 호평을 받는 미국인 소설가 조나슨 프랜즌(Jonathan Franzen)은 최근 전자책이 가진 비영속성이 얼마나 도덕적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책이 주는 영속성 또한 책 읽기의 한 일부라는 것이다.

프랜즌은 전자책에 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어떤 이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며 끝없이 고심한다. 그리고 고심의 끝에서 확신에 찬 단어들을 종이 위에 찍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 위의 글자는 언제든 지워버리거나 바꾸거나 옮길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전자책은 나와 같이 문학에 미쳐있는 사람에게 영속성을 만족시켜주지 않는다.”
인터넷은 우리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것을 책장 위에 올려놓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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