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나 풀린 5만원권 왜 안보이나 했더니…

머니투데이 이창명 김미화 윤상근 기자 | 2012.03.15 10:14

[신사임당은 어디에] 上 고액권 사용하기 불편…경조사비에 가장 많이써

강소연씨(22·대학생)는 5만원권은 지갑에 넣어두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는 "5만원권은 과외비나 세뱃돈 등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직접 5만원권 지폐를 사용하기 위해 인출한 경우는 없다"고 했다.

김은지양(18·학생)은 "학생이다 보니 5만원권 지폐를 쓸 일이 거의 없다"며 "학기 초 참고서 등을 구입할 때를 제외하고 사용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화폐 최고액권인 5만원권은 서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고액권이라는 이유로 지갑에 넣어두기도 힘들고, 실생활에서는 '카드'가 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이 온화하게 웃고 있는 황색 5만원권. 2009년 6월 처음 발행된 이후 유통 3년을 앞두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발행 당시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모두 2조4835억여원. 5만원권 수요는 점차 증가해 지난 1월 기준 28조1841억여원이 시중에 돌고 있다.

유통량은 10배 가량 늘었지만 실제 5만원권을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찾기는 어렵다. 지난 14일 머니투데이 사건팀이 다양한 직업과 나이를 가진 40명을 무작위로 추출, 5만원권 지폐 소지여부를 물었다. 대답은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가 대세였다. 40명 가운데 8명만 5만원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10명 가운데 8명은 지갑에 '신사임당을 모시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민들의 5만원 사용처는 경조사비였다. 설날 또는 결혼·상갓집에서만 사용한다는 풀이다. 서민들에게는 5만원권이 일상생활에서 거래하는 화폐 고유기능 보다 특정 사안에 사용하는 '이벤트용 화폐'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응답자들은 "5만원권을 가지고 있으면 부피가 줄고 많은 현금을 쓸 경우 편리하다"면서도 "다만 카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5만원권 지폐를 지갑에 넣고 다닐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용·직불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5만원권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다는 대답도 돌아왔다.


10~20대의 경우 설 명절에 받는 세뱃돈이 5만원권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져 예전보다 받는 액수가 커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직장인보다는 씀씀이가 한정돼 있어 10~20대의 5만원권 사용이 일상적이지는 않았다.

5만원권 소지자는 대부분 직장인이었다. 40명 가운데 8명. 30대 이상 직장인 남성 5명, 여성이 3명이 5만원권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회식비를 걷어 계산할 때 각자 내기 위해 자주 사용하거나 택시비 등 현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비상금으로 5만원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어느 때 편리한가'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결혼 축의금과 돌잔치, 세뱃돈을 주기 위해 교환해서 사용할 때"를 꼽았다. 지폐의 크기가 다소 줄어든 점을 장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표와 1만원권 지폐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답변도 나왔다.

지난 1일 친척의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5만원으로 냈다는 이모씨(29)는 축의금 가운데 절반 가량이 5만원권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주모씨(69)는 "5만원권이 있으면 사인(이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며 "주로 축의금 낼 때 사용하는데 수표보다 5만원짜리 2장을 내면 받는 쪽도 수표로 받을 때 보다 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만원권이 불편하다고 지적한 이들도 있다. 40명 가운데 10%인 4명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4명 가운데 2명은 '거스름돈을 받을 때 오히려 잔돈이 더 많아져서 귀찮다'고 답했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거스름돈이 부족하다'와 '분실할 경우 액면액수가 커서 걱정 된다'는 대답도 각각 1명씩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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