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650m앞에 망원시장 쇼핑가보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2.03.12 05:32

"야채 등 신선식품 가격과 품질 자신..그래도 손님잃을까 걱정"

- 야채, 과일 등 신선식품 마트에 비해 품질, 가격 경쟁우위
- 대형마트에 밀리는 공산품 매장 소수에 불과
- 힘든 카드결제, 냉난방 등 쇼핑 편의시설 한계는 인정
- 대형마트 규제가 곧 재래시장 경쟁력 제고 아님을 시사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 홈플러스 합정점 입주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홍봉진기자)

 "시장은 북적북적해야 제맛이고 그래야 손님들이 계속 모이는데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다 망할 거예요. 굳이 물건을 안사도 시장다운 분위기가 유지돼야 하는데 마트에서 손님을 끌어가면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대형마트 홈플러스 얘기가 나오자 손님들과 흥정을 하다 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서 불과 650m 거리에 있는 지하철 합정역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 건물 지하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새 점포를 출점하는 데 대한 반감이다.

 방문해보니 시장 입구와 내부에 '홈플러스 입점 결사반대' 현수막과 피켓이 걸려있고 주기적으로 마이크소리도 들렸다. 상인들도 입점 반대글이 쓰인 형광색조끼를 맞춰입고 손님을 맞았다. 홈플러스는 상인들과 대화를 계속 하고 있으나 마트 입점을 염두에 둔 주상복합 입주 예정자들과 상가활성화 등 어려운 문제가 많아 난감해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험악한 구호와 달리 시장상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니 재래시장 자체의 경쟁력에 대한 고심이 적지 않았다. 마트에 비해 농수산물 신선도와 가격에는 자신있지만 대형마트와 경쟁할 만한 쇼핑 편의를 갖추기 힘든 것이 문제라는 속내를 보이는 상인이 많았다.

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때문에 특정 제품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까봐 더 걱정했다. 단순히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한다고 해서 재래시장의 경쟁력이 제고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가격과 신선도는 자신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가 월드컵시장 아케이드를 방문, 조사한 결과 50여개 가게가 입주했다. 이 가운데 정육점이 5곳이었고 야채·과일매장이 9곳, 수산물매장이 4곳 등이었다. 신선식품매장이 전체의 3분의1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외 매장은 △족발·편육, 방앗간·떡 각 3곳 △화장품, 어묵, 밑반찬·젓갈, 의류, 분식, 인삼 각 2곳 △제과, 철물, 커튼, 액세서리, 수족관, 한의원, 파전, 휴대폰, 벽지, 생활용품, 침구 각 1곳 등이었다.

 대형마트 입점으로 타격을 가장 많이 입을 가능성이 큰 공산품매장은 12곳에 불과했다. 야채나 과일매장만 보면 대형마트가 들어서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시장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월드컵시장 청과상에서 팔리는 제품과 대형마트 가격을 비교해봤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9일 15% 할인해 개당 1100개에 팔았다던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시장에서 1000원이었고, 청송사과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당도나 크기, 제품규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재래시장에 가격 우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서울 망원.월드컵 시장상인들이 홈플러스 입주를 반대하는 형광조끼를 입고 영업하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대형마트처럼 산지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품질이나 신선도가 오히려 뛰어나다고 한다. 이밖에 시장 분식점에서 판매되는 김밥은 1500원가량으로 대형마트(2500원 안팎)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또다른 상인은 "우리도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곤 하는 게 사실"이라며 "매장에서 야채나 과일, 수산물 등 세일을 한다고 해서 가보면 우리 시장보다 가격이 비싸고 선도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망원·월드컵시장은 3년 전 현대화시설을 갖추면서 시장 전체적으로 판매량이나 이익이 예전보다 20~30%가량 늘었다. 시장활성화를 위해 1년여 전에는 10분에 200원(30% 할인 가능)에 불과한 주차장도 들어섰다.

 그러나 그렇다고 재래시장 취약점이 극복된 것은 아니다. 신용카드를 잘 받지 않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재래시장의 관행은 이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큰 약점은 쇼핑 편의다. 주차장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기후의 제약에선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아케이드처럼 지붕은 씌워놓았지만 냉·난방이 안된다. 그리고 주차장이 대형마트처럼 시장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다 보니 "비가 오거나 날이 춥거나 더우면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한다. 다른 한 상인도 이런 맥락에서 "상품경쟁력이 아니라 시장을 찾는 고객들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홈플러스 합정점이 지하에 입주할 예정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합정역 옆 메시나폴리스 건물 건축현장(사진=홍봉진기자)

◇"역마다 들어선 홈플러스" 이미지 탓에… =홈플러스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 건물 지하 2개 층에 매장을 내려고 계획 중이다. 현행 법은 재래시장 인근 1㎞ 거리에 대형마트를 내지 못하도록 지난해 6월 개정됐으나 홈플러스는 2007년 입점허가를 받았다. 이에 시장상인 200여명은 지난 7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입점을 막아달라는 사업조정신청서를 냈고, 다음날에는 마포구청 앞에서 관련 집회를 열었다.

 대형마트가 인근 재래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펼치는 동반마케팅, 바자회, 상품 구매 지원, 매장 내 입점 등 다양한 해결책이 있고 홈플러스도 이런 점을 논의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인근 지역에 다수 점포를 갖고 있다는 점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홈플러스가 있고, 망원역 인근 도로변에는 SSM(기업형슈퍼마켓)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있다. 합정역을 포함하면 인근 4개 지하철역에 홈플러스 3곳이 들어서는 셈이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섰을 때 재래시장이 입을 수 있는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집계된 게 없다. 시장거래는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지는 탓에 정확한 매출집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계가 조사한 자료도 대부분 상인들의 입에 의지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피해가 부풀려지고 업종별 분석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홈플러스가 들어설 합정역 인근 상권분석도 마찬가지다.

 망원·월드컵시장 상인들에게 인근 월드컵경기장의 홈플러스매장(옛 홈에버) 입점 당시 피해가 컸는지 물으면 "별 영향이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합정역 매장에 대해서는 "매출이 3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망원·월드컵시장은 =망원우체국에서 한강 쪽으로 150m쯤에 위치하며 차도를 사이에 둔 하나의 시장이다. 상암동 방면은 월드컵시장, 반대쪽은 망원시장으로 불린다. 주택가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이곳에서 파는 족발과 야채, 과일은 맛이 으뜸으로 통한다.

두 시장 합쳐 하루 4000여명이 드나들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시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일부러 퇴근시간에 들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3년 전 시설현대화가 이뤄진 후 자전거나 쇼핑카트, 유모차 등도 오갈 수 있어 지역주민이 많이 찾는다. 분위기가 좋다보니 TV드라마나 CF촬영에 단골로 등장하고 연예인들도 종종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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