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에 놀아난 개미 심리는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이현수 기자 | 2012.03.09 18:36

SNS·메신저를 탄 한탕심리 "나는 다르다"

"한 때는 테마주에 기웃거리는 투자자들을 나무랐죠. 사실 저는 오랫동안 우량주만 바라보고 왔습니다. 어느 때인가 '정치테마주'가 수주 만에 몇 배 오른 것을 보고 호기심에 소액을 투자했는데 제법 수익을 얻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주식투자 경력 10년째라는 투자자 A씨는 한번 발을 담근 테마주에 점점 빠져들면서 초기 수익의 수배 손실을 보고 나서야 뒤늦은 자책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정치 테마주 시세조종 혐의를 적발했다고 발표한 9일 테마주 상승에 브레이크는 걸리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31개 테마주 종목을 대상으로 시세조종을 한 7명을 검찰에 고발·통보했다.

하지만 이들 '꾼'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들제약, 바른손, 위노바 등 테마주들은 상승세로 마감했다. 특히 조광페인트, 신일산업, 비트컴퓨터 등 최근 급락세를 보였던 기업들도 반등했다. '슈퍼 개미'도 차단된 테마주 투자 열기는 당국도 식히지 못하는 걸까.

◇한탕심리에 불붙다= 이번에 적발된 시세조종자들은 통상 일정 규모를 갖추고 치밀한 전략을 동원한 기존 작전세력과 달랐다. 자금력이 있는 개인투자자 1명이 주축이 돼 소위 정치인과 관련이 있다고 언급된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인 것 뿐이다.

증권회사 출신인 전업 투자자 B는 정치 테마주로 언급된 C업체의 주식이 상승 조짐을 보이자 상한가에 10만주를 매수 주문해 일시에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른바 '상한가 굳히기'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해 다음날 전량 매도해 1억79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B는 같은 방법으로 30개 종목의 시세를 조정해 종목당 평균 1억8100만원, 총 5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하루 평균 7400만원(거래일 기준) 가량을 벌어들인 셈이다.

정작 이들이 빠져나간 후에도 테마주 급등세가 꺾이지 않았다. 연속 상한가 후 이들 종목은 SNS와 인터넷 주식 게시판, 메신저 등으로 퍼져나갔고 투자주의, 투자경고 딱지가 붙어도 식지 않았다.


이번에 SNS, 메신저 등을 이용해 루머를 퍼트린 투자자도 적발됐다. 일반 투자자인 D는 E사 주식을 매수한 후 모 대선 후보와 친밀한 관계라는 근거없는 글을 게시했고 그 회사는 정치 테마주로 묶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로 정보가 쉽게 확산되다 보니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소통 채널이 일반 투자자들의 '한탕심리'를 자극한 셈이 된 것이다.

◇'대박 신화' 군중심리를 만든다= 과거 테마주의 종점은 폭락이었고,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그러나 대박을 챙겼다는 '신화'가 "나는 다르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오른 것을 알면서도 거품이 사라지기 전 나만 빠져나오면 된다는 심리다.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됐던 우리들제약의 경우 20일 동안 주가가 7배 올랐다. 500원에서 3440원까지 급등한 것. 무려 12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했고 나머지 날도 10%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반신반의하며 고점에서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는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우리들제약 주가는 1795원이다.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 여건이 테마주 관심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성연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미래 전망에 대한 정보가 없고 기본적으로 경제 예측이 어려운 불확정성의 시대여서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심리가 강화된다"며 "일부 소수가 몰리면 동조심리가 나타나 테마주에 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해석했다.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감정은 탐욕과 두려움. 테마주에 대한 이상과열은 '탐욕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이 오를 때 시작된다'라는 월가 격언을 떠 올리게 한다. '군중심리'의 저자인 구스타브 르봉은 군중의 특성으로,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 빠르게 전염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투자자 모두가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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