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대박이라던 오피스텔, "왜 또 분양하지?"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2.03.12 05:45

복수청약 가능하고 공식 집계없어 '청약률 부풀리기' 가능성 있어…투자자 낭패 '우려'

#은퇴 후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던 강창규씨(58·가명)는 최근 분양한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분양상담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어진 계약률도 90%에 육박했다면서도 아직 계약 가능한 물량이 많다는 상담사의 설명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평균 수십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등 수도권 오피스텔들이 계약률 저조로 여전히 '특별공급' '추가공급'이라는 명목으로 미분양 해소에 나서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복수청약이 가능한데다 금융결제원이 집계하지 않아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지적이다. 그만큼 '1인 1청약'이 아니어서 청약자수를 부풀리는 일명 '뻥튀기'가 아니냐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업체들이 주장하는 청약률을 그대로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쉐르빌'(삼성중공업 시공) 분양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간 실시된 이 오피스텔 청약에서 297실 모집에 7722명이 신청해 평균 26대1, 최고 54대1이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당 분양업체는 같은 달 23~24일 실시한 지정계약에서 92%가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성이 인근에서 선보인 '효성 인텔리안 더 퍼스트' 오피스텔도 지난달 24~25일 청약에서 358실 모집에 1만26명이 접수해 평균 28대1, 최고 33.7대1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청약률이 공급 가구수를 조금 웃돌거나 미달된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란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만만치 않은 분양가를 고려할 때 계약률이 90% 안팎이라는 점도 놀라운 결과라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청약률과 계약률은 과연 믿을 만한 수치일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즉 오피스텔은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금융결제원 청약시스템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공급업체나 분양업체들이 자의적으로 청약률을 집계하고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허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복수청약이 가능하고 전매가 자유롭다는 점도 청약률을 부풀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오피스텔은 일단 청약해놓고 프리미엄이 붙으면 계약하고 경쟁률이 낮으면 계약을 포기해도 된다. 청약증거금도 대부분 저렴해 부담이 덜하다.

결국 이 같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중복계약에 따른 계약 포기나 계약 후 즉시 전매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사실상 미분양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강남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명의로 중복 청약해 무더기로 당첨된 경우가 많아 지금이라도 당장 계약할 수 있는 물량이 상당하다"며 "최근 분양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분양업체들이 청약률과 계약률을 부풀리는 등의 꼼수를 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일련의 청약을 금융결제원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최소한 청약률이라도 정확히 투자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주택법을 적용받지 않는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업체의 자의적인 청약률 발표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피스텔 규모나 주거용 등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오피스텔의 경우 금융결제원 청약시스템을 이용토록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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