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밖’이 아닌 ‘안’에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 | 2012.03.19 09:22

[머니위크]청계광장

내시경(內視鏡)은 본래 수술을 하거나 또는 부검(剖檢)을 하지 않고서는 보고 싶은 장기의 내부에 기계를 삽입하여 의심이 가는 병명이나 병의 원인 등을 자세하게 관찰하기 위해서 고안된 기구다.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장기의 내부를 내시경을 통해 안을 들여다봄으로써 궁금한 부분이나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다.

내시경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내부를 보는 거울이다. 거울은 흔히 얼굴을 비롯해서 겉모습을 비추어 보는 생활용품이다. 거울은 그래서 자신의 현재 겉모습을 비추어 봄으로써 무엇인가를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기 위해 사용된다. 그런데 내시경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장기의 내부를 작은 거울과 기계적 원리를 활용하여 장기의 내부를 보는 기구다.

내시경은 이렇게 물리적 기구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지만 내 안이나 마음을 들여다보고 비추어보는 은유적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주로 밖은 보지만 안을 들여다보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다. 침묵 속에서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보다 소란 속에서 남과 만나는 시간이 많다. 그렇다보니 진정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왜 가고 있는지를 물어보면서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제나 바쁘고 주변은 산만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 달성해도 점점 높아져만 가는 목표, 빨리 해도 더 빨리 처리해야 되는 시간적 압박감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밖을 향하는 끝없는 욕망의 열차를 타고 달리기 때문이다.

잠시 달리던 길 위에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자. 나를 들여다보는 강력한 내시경 중에 책이라는 거울이 있다. 책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반추해보고 반성하는 거울로 쓰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문제의식에 비추어 나의 현재 위치를 재점검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고민하는데 중요한 화두나 단서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점에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선 책은 저자의 살아온 배경이나 문제의식에 비추어 나를 반추해볼 수 있는 거울이다. 책을 쓰는 사람의 경험과 배경, 사연과 문제의식과 내 것을 비교해봄으로써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둘째는 책은 책에서 제시하는 주요 메시지가 주는 의미에 비추어 볼 때 고민하는 이슈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울이다. 책을 읽으면 사람이 부끄러워지는 이유가 책이 나의 추한 모습이나 자만 또는 거만한 모습을 채찍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현재위치나 보유하고 있는 지식, 깨달은 체험적 노하우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를 비추어 볼 수 없다. 어딘가에 비추어봐야 부끄러워할 수 있다. 사람이 부끄러워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은 이런 점에서 매우 위대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자신보다 훌륭한 무언가에 비추어 봐야 자신도 그런 모습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은유적 의미로서의 내시경을 언제나 갖고 다녀야 하는 이유는 겉모습만 보는 물리적 도구로서의 거울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꿈과 비전, 그리고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 또는 마중물처럼 적절한 외부적 자극이 가해지지 않아서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꿈은 꾸어오는 것이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누군가에게 꾸어오기 위해서는 이미 내 안에 꿈꿀 수 있는 열망이나 욕망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남에게 꾸어오는 꿈이지만 결국 내 안에 그런 가능성의 꿈이 이미 있기 때문에 꿈꿀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답도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이미 있다. 잠자고 있는 내 안의 답이 외부적 자극이나 문제 상황과 연결되어 밖으로 인출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단서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해결은 밖의 문제 상황이 요구하는 아이디어를 내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체험적 노하우와 연결시켜 남다른 방식으로 조합하는 과정이다.

나는 어떤 체험적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면 색다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자. 밖으로 뛰쳐나가서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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