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바위"vs"멸종위기종 서식지"…구럼비 가치는?

머니투데이 양정민 기자 | 2012.03.08 20:34
'보존가치가 낮은 바위일 뿐인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 곳인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발파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의 가치를 두고 언론사간에 공방이 오가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럼비 바위와 해안'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나 생물권 보전지역 등이 아닌, 제주에서 흔한 해안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생태계의 보고로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확대된 발단은 파워트위터리안 @mettayoon이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그는 "강정마을의 구럼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이고 생물권 보존지역(Biosphere Reserve)이다. '세계자연유산 3관왕 지역에다 '가장 풍광 좋은 코스'라고 격찬한 올레 7코스 한복판이다"고 적었다. 이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트위터리안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유네스코가 제주도에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 지역. 강정마을은 속하지 않았다. (출처=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하지만 <조선일보>는 7일 "해군기지 반대에‘구럼비=세계자연유산’이라는 허위사실도 동원"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 트윗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 등 3곳으로 구럼비 바위는 해당하지 않으며 또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생물권 보전지역'이나 '세계지질공원'에도 구럼비 바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진보 성향의 <미디어오늘>은 이날 기자칼럼을 통해 "조선일보가 진실을 왜곡한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가 전한 팩트(사실)는 맞지만 "구럼비 해안 인근의 범섬, 문섬, 섶섬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구럼비 해안도 그에 못지 않은 생태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나로 이어져 있는 자연을, 그것도 머지않은 곳에 있는 구럼비 바위와 범섬을, 칼로 잘라 여기까지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일까"라는 것이다.

"그냥 바위일 뿐" vs "초점 흐리지 말라"

이 같은 시각이 양립하자 구럼비 바위의 가치를 놓고 트위터상의 논쟁도 뜨거워졌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Kang_yongseok)은 "구럼비는 걍(그냥) 바위일 뿐"이라고 일축했고 새누리당 전여옥 의원(@okstepup)은 "세계 유산은 커녕 단순한 바윗덩어리 위해 삭발하고 눈물 흘리는 그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탈북자는? 자신들 목적 위해선 사람 대신 돌덩이를 선택하는 그들!"이라며 해군기지 반대 측을 비판했다.

반면 동양대 진중권 교수(@unheim)는 "조선일보의 논점 흐리기에 속지 마세요"라며 "불필요한 과장이나 왜곡은 할 필요 없습니다. 괜히 역공의 빌미만 주니까요. 구럼비 바위는 그 자체로 보존의 가치 있다고 말하면 됩니다"라고 반박했다.

구럼비 바위, 실제 가치 어떻길래?


<조선일보>가 보도한 대로 강정마을이나 구럼비 바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다. 다만 제주 해군기지 부지에서 약 1.7~9km 가량 떨어진 범섬, 문섬, 섶섬이 2002년 12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전부터 이 일대는 2000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제 442호 연산호) 보호구역으로,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해군 제주기지 사업단이 공개한 조감도에 따르면 구럼비 바위 일부는 수변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출처=해군 제주기지 사업단 홈페이지)
그렇다면 구럼비 바위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해군 제주기지 사업단 측은 홈페이지( http://www.navy.mil.kr/sub_guide/jeju_main.jsp) 팝업창을 통해 "구럼비 바위는 일반 해안 노출암을 뜻하는 보통명사"이며 "환경영향평가 결과 보존가치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군은 ‘구럼비 바위’ 중 일부를 수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가 보통명사라는 주장에 대해 강정마을신문 카메라 기자 주플린(가명)씨는 "구럼비야 사랑해" 카페(http://cafe.daum.net/peacekj/49kU/1440) 글을 통해 "구럼비라는 이름은 '구암비, 구엄부, 구렴비' 등 강정 지역의 옛 이름이 변형된 고유명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속지명사전, 서귀포시 지명 유래집 등을 인용했다.

또 보존가치가 낮다는 주장에 대해선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구럼비 바위는) 다른 화산암 지형에 비해 특이한 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해군 측이 지질적 측면만 부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럼비 바위는)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가 집단 서식하고 있어 환경적 가치가 높다. 또한 암반에 바닷물이 아닌 민물(용천수)이 고여 형성된 담습지라는 생태적 특징도 있다. 바닷가에서도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구럼비 바위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강정마을 유적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뉴스1(news1.kr)= 조재현 기자)
강정마을 일대는 사계절 하천이 흐르는 특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마을이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부근에서는 초기 철기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움집터(약 2.31㎢)가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사업자 측은 "(문화재 보존조치가 내려지면) 민군 공동이용 시설의 일부 삭제·축소가 불가피해 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갈등을 지속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문화재청 전문가 검토회의는 "마을의 주민생활과 공간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확인됐다"며 해군기지 정문 일대에 원형보존 결정을 내렸다.

해군기지 진입도로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중덕삼거리 부근도 주거지 유적이 발견되어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이 두 곳은 현재 해군기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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