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추가소송… 전략 변화? 딴지걸기?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2.03.08 15:52

프랜드 이슈 회피, 장기전 전환, 새 아이패드 발표 전 '딴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추가소송을 제기하면서 특허소송 전략에서 변화가 엿보인다. 애플이 방어논리로 내세운 '프랜드'(비차별적 특허제공 규약) 이슈를 피하고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 아니어서 애플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새 아이패드' 공개 시점에 맞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딴지 걸지'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한국서 추가 소송, 전략 변화 : 표준특허→상용특허, 단기전→장기전

8일 삼성전자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애플 '아이폰4S'와 '아이패드2'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추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제기한 특허는 통신 표준특허가 아닌 상용특허로 △화면 분할에 따른 검색종류 표시 방법 △가로·세로 회전 상태에 따른 사용자환경(UI) 표시 방법 △단문메시지(SMS)와 사진 표시 방법 등에 관한 특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주로 표준특허로 애플을 공략했으나 '프랜드' 이슈에 가로막혔고 오히려 EU집행위원회의 반독점 조사라는 역공을 당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프랜드 이슈와 관련 없는 특허로 애플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소송 전략을 바꾼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가 독일 만하임 법원에 추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에도 나타났다. 당시 삼성전자는 침해당한 특허로 통신특허 2건도 제기했지만 상용특허 2건도 제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용특허만 추가로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이 아닌 본안소송을 제기한 것에서도 변화된 전략을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비교적 빠르게 소송을 결론지으려고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아이폰4S가 나오자마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도 빠른 결론을 원해서다. 특히 삼성전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아이폰4S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을 제기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일본과 호주 외에는 가처분을 확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기존에 제기한 소송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로 소송을 제기하면 병합해 심리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송은 장가화된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기존 소송과 병합되면 소송이 길어진다"며 "삼성 입장에서도 100% 이긴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에서의 소송을 일찍 끝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감정적 대응 자제…애플 잔치에 '딴기 걸기'에는 성공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대한 애플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애플은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지만 부품쪽으로는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가 소송 시기를 애플의 새 아이패드 공개 시점에 맞춰 애플 잔치에 딴지를 거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동안 애플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카피캣'(복제품)이라며 노골적으로 폄훼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새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삼성제품에서 돌아가는 트위터앱은 여백이 많고 글자가 너무 작아 보기 어렵다"고 비아냥댔다.

삼성전자로서는 한국에 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그동안 애플이 보였던 모습에 소극적이나마 앙갚음을 한 셈이다.

이번 추가 소송으로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화해설도 일축할 수 있는 효과도 덤으로 거뒀다. 전날 다우존스는 애플이 모토로라와 삼성전자에 특허소송을 합의하기 위해 라이센스 협약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정 변리사는 "애플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애플이 어떻게 대응할까를 보기 위한 소송으로 보인다"며 "여러 나라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애플의 반응은 다른 나라 소송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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