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알바생, 서울대 도서관 '제1호 기부자'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 2012.03.07 16:34

"한달 월급보다 큰돈, 서울대가 세계 명문대 되기를"

↑조용남씨가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보낸 편지
7일 오전 10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4층 기획홍보실. 야구모자에 낡은 점퍼를 걸친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마른 체형의 왜소한 남자가 선뜻 내민 것은 다름 아닌 현금 100만원(5만원짜리 20장)과 A4용지 이면지에 직접 쓴 장문의 편지.

지난 2일 서울대가 40년만에 도서관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지 닷새만에 '제1호 기부자'가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서울로 올라와 5년동안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조용남씨(27).

편지에서 자신을 경남 마산 출신이라고 소개한 그는 "5년동안 주유소에서 일해 총 3000만원을 모았는데 이 중 100만원을 서울대 도서관에 기부하고 싶다"며 "서울대가 세계 명문대학으로 자리잡는데 약소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초반에 지방의 전문대를 다니다 중퇴했다. 지금까지 곱셈과 나눗셈도 모를 정도로, 살면서 '멍청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육군 병장을 만기 전역하고 지난해 동원 예비군 훈련에서 사령관 표창을 거머쥐기도 했다며 열심히 살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부를 결심하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편지에서 그는 "저에게 100만원은 한달 월급보다 더 큰 돈이라 기부를 결심하기까지 결단력이 필요했다"며 "주변 사람들이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저한테 쓸데없는 짓한다고 비웃지는 않을까 고민도 됐지만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또 "기부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며 "가수 김장훈씨는 그런면에서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측은 조씨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향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은 "도서관 신축 기금 모집 이후 첫 기부자"라며 "편지에 담긴 사연이 절절해 매우 감동받았고 총장님께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조씨는 가끔 이곳에 들려 책을 읽거나 빌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도서관은 서울대 재학생이 아니어도 '회원'이 되면 이용할 수 있다.

김미향 중앙도서관 기획홍보실장은 "전에도 도서관에서 조씨를 본 적이 있다"며 "도서관을 평소 이용하다가 기부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오는 2014년 2월까지 2년간 1000억원을 모금해 현재 운영 중인 중앙도서관 본관 외에 '제2관'을 건립하는 예산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말 도서관 신축을 위한 발전기금 홈페이지 '서울대 도서관 친구들'(http://friends.snu.ac.kr)을 개설하고 기금 모금 캠페인에 돌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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