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부동산PF '채무의 덫' 출구는 없나…"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2.03.09 04:42

부동산시장 침체로 기존 수주사업장 매각 또는 사업화 어려워, 장기 보유 불가피

#그룹계열인 A건설은 올해부터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투자심사를 그룹으로부터 받게 됐다. 또 투자총량제를 통해 예산범위에서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수도권에서 주택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대규모 땅을 산 B건설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하고 분양계획을 접었다. 장기간 땅을 보유하다가 경기가 풀리면 사업을 재개하거나 원매자가 나타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매각하기로 했다.

 건설업계가 부동산PF 출구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존 수주한 프로젝트나 매입한 땅 때문에 발생한 보증부담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산PF 우발채무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성과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부동산PF 감소에도 건설사 사정 그대로
부동산PF는 금융권 PF 대출과 PF 유동화증권을 합쳐 2009년 12월 103조원에서 2010년 12월 92조원으로 10.7%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발채무 감소는 2007년과 2008년 대거 착공된 현장이 완공된 데다 금융권이 PF 대출을 기피하거나 회수한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부동산PF 감소에도 건설사들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점이다. 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2011년 6월 말 기준)는 기업별로 3000억~3조3000억원에 달하는 시행사 지급보증을 우발채무로 갖고 있다.

4개 건설사의 경우 매출 대비 미수금 비중이 3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 대출 연체율도 2008년 6월 3.6%에서 2009년 6월 5.9%, 2010년 6월에는 7.3%로 각각 상승했고 지난해 3월에는 12.3%로 10%대를 넘었다.

 건설사별로 시공권 포기, 공공택지 계약 해지, 지급보증 제공조건 변경, 금융권 협조를 통한 지급보증 부담완화 등을 추진해왔지만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PF 채무보증잔액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물론 산업은행이 인수한 대우건설은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과 PF 유동화를 통해 지난해 말 3조100억원 수준의 PF 채무보증잔액을 올해 말 2조2000억원 수준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지난 1월 1차로 3000억원 넘는 PF 채무보증잔액을 감축했고 하반기에 2차로 6000억원가량을 추가 감축하는 게 목표다. 다른 건설사들도 PF 채무보증잔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협조가 절대적이지만 여의치 않다.

◇기존 사업장 매각 최선이지만 경기침체로 기대 난망
건설사들이 부동산PF 우발채무를 줄이는 방법은 많지 않다. A건설처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투자총량 안에서 투자를 최소화하면 신규 부동산PF는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 건설사가 분양성과 사업성이 담보되는 프로젝트만 수주하려는 움직임이 가열되면서 최근 보증부담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기존 보유한 프로젝트들의 보증부담이다. 시행사로부터 수주한 주택사업장은 시행사의 부도가 늘면서 건설사들이 떠안았기 때문에 사업화를 서두르거나 다른 원매자에게 매각하는 길밖에 없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서 조합에 제공한 지급보증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용지를 매입했다면 최악의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계약금액의 10~20% 수준인 계약금을 날려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이 생긴다.

 공모형 PF사업은 국토해양부가 관련 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사업에서 손을 털고 나오지 못하는 만큼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건설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분양을 시작하거나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장기간 보유하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

B건설 관계자는 "매입이 마무리되지 않은 땅은 매입작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기존 사업장은 미착공 현장으로 분류하고 사업장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인 C사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에 산 공공택지를 4년 가까이 보유하다가 최근 분양하기로 결정했다"며 "손실을 최소화해 마무리짓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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