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미국 생산, 중국 소비'의 새로운 방정식

머니투데이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 2012.03.05 16:00
요즘 세계가 돌아가는 것이 이상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선 소비가 난리고, 소비대국 미국에선 제조업의 경기회복에 환호하고 있다. 소비가 GDP의 70%를 넘어서는 소비대국 미국에서 20%도 안 되는 제조업에서 희망을 찾고, 제조대국 중국에서 소비에 희망을 거는 것은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한 때문이다.

2011년에 중국이 세계 사치품 소비 1위국으로 등극했다. 중국의 잘사는 상위 5%, 6500만명의 지갑이 세계 명품기업들의 혼줄을 빼놓았다. 전세계 명품매장에서 싹쓸이 쇼핑의 진수와 중국 돈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과 유럽 명품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과 홍콩으로 몰려오고 있다. 프라다, 코치가 홍콩에 상장했고, 버버리도 홍콩증시에 상장대기 중이다.

중국 지도자의 씀씀이도 장난 아니다. 얼마 전 중국의 부주석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다. 못사는 제조대국의 지도자 시진핑이 미국 물건을 양손 가득히 사들고 돌아갔다. 미국의 잘나가는 모든 정치인이 시진핑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전세계 어느 나라 넘버2 중에서 미국에서 그렇게 화려한 레드카펫 서비스를 받은 이가 있을까. 미국이 그렇게 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소비력, 돈의 힘이다. 시진핑은 방미 중 271억달러(30조원)어치의 물건을 한방에 구매해줬다. 또 중국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최대 채권자다.

시진핑의 미국 방문에 대해 미국 언론은 친구와 적을 합친 신조어 'Frenomy'가 왔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중국의 언론은 좀 더 여유 있게 우리는 적도 친구도 아니다는 '비적비우'라는 말로 맞받아쳤다. 바뀐 미국과 중국의 서로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지금 세계 증시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유럽이 부도 위기를 벗어나려고 풀어놓은 1조유로 넘는 돈이 전세계를 적시고 있고, 여기에 미국 ISM제조업지수와 자동차 판매 같은 미국 제조업지표가 반등세로 돌아서자 세계 증시가 환호하고 있다.

미국 최대 중장비 메이커 캐터필러의 이익이 늘어나자 미국 건설경기의 회복을 확신하고, GM이 25억달러 자동차공장 증설투자를 하고, 2015년까지 포드가 160억달러 투자를 하고, 2014년까지 벤츠가 미국 앨라배마에 24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미국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와 부동산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젠 미국의 소비, 중국의 생산 공식이 깨지고, 중국의 소비와 미국의 생산력 회복 정도가 세계 경제와 세계 증시를 좌우하는 새로운 방정식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레버리지로 만든 부채경제의 결말이 결국 세계 경제를 보는 기준마저 바꾸어 버린 것이다.

얼마 전 미국 정부는 중국 전문가 10만명을 양성한다는 발표를 했다. 미국 같은 강대국도 후진국의 언어인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전체 수출의 3분의1을 그리고 한국 전체 무역흑자의 2.5배를 벌어들이는 중국에 대해 한국이 중국 전문가 10만 명을 양성해야 할 판인데 한국에서 중국 전문가 양성 계획은 국가정책에도, 요즘 난리인 정당들의 공약에도 단 한 줄 없다. 파이를 나누는데 집중 말고 파이를 키우는데도 신경쓴다면 키워야 할 그 파이는 말 많은 재벌과 부자들의 지갑털기가 아니라 바로 옆집 중국에서의 돈벌이다.

베이징 나비의 날갯짓이 서해를 건너면 바로 강풍으로 변하는 시대다. 주식투자든, 기업운영이든 이젠 중국을 빼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최근 증시에서 중국의 지준율 인하에 대한 반응이 화끈했다. 또한 최근 2년간 한국증시를 이끌었던 중국의 자동차, 가전, 건자재 육성정책의 수혜자였던 '차화정'이 IT와 함께 재 부상하고 있다.

중국 소비에 환호하는 시대에는 중국 전문인력의 숫자가 경쟁력이다. 그러나 한국기업 중 대중국 매출의 비중만큼, 아니면 그것의 10분의1만큼이라도 중국 전문가를 가진 기업이 얼마나 될까.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유동성은 미국을 보면 되지만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은 중국을 봐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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