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몰래녹음하다 걸렸다? "법대로 하면…"

머니투데이 대담=박창욱 선임기자, 정리=이언주 기자 | 2012.02.27 05:35

[머투초대석]유병한 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저작권 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한 자산"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카페에 퍼 올 경우, 또 수업시간에 들은 강의내용을 복습하기 위해 MP3 플레이어에 녹음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 그럴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아닐 수도 있다.

최근 디지털 콘텐츠 및 스마트 기기의 급속한 보급 등에 따라 콘텐츠 권리자와 이용자 간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저작권의 합리적 보호와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건전한 저작권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한국저작권위원회다.

특히 K팝 등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 저작권에 대한 보호 체계가 새롭게 마련돼야 할 기로에 섰다. 중국 및 동남아 지역에서는 아직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우리 저작물에 대한 보호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및 해당국과 합법적인 이용계약 체결 추진, 한미FTA 관련 저작권문제 대응 등 위원회의 역할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저작권 인프라는 지식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4일 머니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저작권법 등 제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콘텐츠와 저작권에 대해 합리적인 활용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이동훈 기자

-한국저작권위원회라는 조직이 아직도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주요업무는.
▶위원회의 기능 자체가 굉장히 광범위하다. 저작권관련 심의나 갈등조정 외에도 저작물의 창작, 유통, 소비, 시장질서 확립의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생활 속 인프라(기반) 역할을 담당한다. 저작권 보호 및 공정한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저작권 등록 및 상담 △디지털 저작권 거래소 운영 △저작권 인증 및 기술연구 △저작권 보호 및 조정 심의제도 운영 △저작권 교육, 홍보, 법·제도 개선 등이 있다. 최근 콘텐츠 유통 활성화 등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K팝 등 한류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저작권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침해대응과 합법유통 유도 및 이를 위한 인식개선 활동, 이 3가지 축으로 해외 저작권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우 위원회 북경사무소의 지원을 통해 방송 3사가 합법이용 계약을 체결했고 피해보상 합의로 큰 수익을 얻는 등 합법유통 정착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25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주요 한류 지역에서 저작물 유통실태 파악 및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 저작물의 보호와 합법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위원회가 콘텐츠 분야에 있어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건가.
▶정확히 봤다. 외국기관들이 상당히 호기심 갖고 본다. 저작물 보호 및 심의 기능도 있고 방송, 음원, 영화, 유통관계에 있어 사용료 징수규정에 관해서도 역할을 한다.

-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비슷한 일을 하는 건 아닌가.
▶콘진원과 상호 협력해야 하는 건 맞지만 업무의 색깔은 다르다. 콘진원은 콘텐츠 창작·보급·해외진출 등을 지원하지만 우리는 저작권이 침해됐을 때 해당국과 조율해 합법적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실질적으로 콘텐츠산업을 뒷받침 하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일반인이나 사업하는 사람들을 위해 위원회가 해야할 일이 늘어 날 것이다.
↑사진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와 이용자 모두 만족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한쪽의 일방적인 손해보다는 상호 '윈윈(Win-Win)'구도가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법이 문화 및 관련 산업 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도모라는 양쪽을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하는가가 중요하다.

저작물의 이용허가 계약을 지원하기 위한 저작권 라이선스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며 ‘음악 전송권’ 분야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을 정할 것인지 등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중간 역할을 위원회가 하고 있다.


-온라인 상의 불법복제물 신고사이트 COPY112와 국민 오픈모니터링 등의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신고제도가 실요성이 있는지.
▶COPY112 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1만3859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중 80%는 권리자가 아닌 일반인에 의한 신고로 일반 국민들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실천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오픈오니터링제도는 일반 국민들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인식제고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올 3월부터는 포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둘 계획이다. 또 저작권 침해 수사의 과학화·선진화를 위해 디지털 저작권의 객관적 분석가 감정을 수행하는 '포렌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저작권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 일반인 대상 저작권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총 38만4117명을 교육했다. 2010년 대비 8.6%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의 저작권 교육을 위해 학교 현장으로 찾아가 저작권 교육 과정(3008회), 저작권 체험교실(99개 교실), 저작권 연구학교(43개교) 등을 운영했다. 또 초·중등 정규 교과서 45개 과목에 705쪽 분량의 저작권 내용이 반영해 정규 수업시간에 교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기업체 및 공공기관 등을 찾아가 일반인 대상 교육도 468회 실시했고, 19개 온라인 과정을 운영했다.

-한미FTA 저작권 관련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빠르게 변모하는 저작권 환경하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개선, 발전시켜 지식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변화되는 제도에 맞춰 저작권 등록 등 기존 업무를 정비하고 저작권의 효과적 보호와 이용활성화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디지털 포렌식의 전문화, 자유이용저작물 확대 등 필요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취임간담회에서 세계 5개 콘텐츠 강국을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를 글로벌 전문기관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현재 시점에 혹시 성과라고 할만 한 게 있는지.
▶한류 확산 및 디지털 환경 급변에 따른 국내·외 저작권 보호체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감정포렌식팀과 SW보호팀, 산업연구팀을 신설해 대국민 법률서비스 확대를 위해 종합민원센터를 설립했다. 통계정보 기반의 저작권 분석과 기획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지난해 11월, 통계청으로부터 ‘저작권산업 특수분류’를 지정받았다. 해외에서의 우리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상담 및 현지 법률컨설팅, 모니터링 및 구제조치 지원 등을 추진했다. 또 기존의 중국 북경과 태국 방콕사무소 외에 필리핀 마닐라 사무소를 추가 신설했고, 올해 서남아시아에 1개소와 내년 3개소(동남아, 남미, 서남아), 2016년에 2개소(서유럽, 북중미)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고 경희대 대학원 법률학과를 수료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실 교육문화행정관을 비롯해 문화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운영단장, 문화콘텐츠산업 실장. 대변인을 역임했다.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재직 시 저작권 법·제도 개선에 주력했다.

지난해 7월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해 위원회를 글로벌 전문기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K팝, 드라마 등 한류콘텐츠 전 세계 확산 따라 우리 콘텐츠의 해외 저작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청소년 및 일반인 대상 저작권 교육 등에 힘쓰고 있다. 차분하고 꼼꼼한 업무수행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으며 걷기와 등산을 하며 건강관리에도 철저하다. 직원들을 비롯해 각계 업무 파트너,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하며 대내외 콘텐츠 저작권 시장변화 환경에 맞는 대응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병한 ▲1957년 전라북도 고창 생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법학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법률학과 수료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로스쿨 졸업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실 교육문화행정관 ▲문화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운영단장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현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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