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산은지주 주관사 선정, 수수료 경쟁 불가피

더벨 박창현 기자 | 2012.02.22 13:36

적정수수료 예측 불가, 수수료 배점 20%...업계 "수수료 덤핑 강요하는 구조"

더벨|이 기사는 02월21일(10:45)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산은금융지주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산은지주가 제시한 주관사 선정 배점 방식이 결국 투자은행(IB)간 수수료 덤핑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지주 측은 수수료 경쟁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산은금융그룹은 이달 중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주관사 옥석가리기에 나섰다. 산은 측은 '기술평가'와 '가격평가' 부분 배점을 각각 80점, 20점으로 정했다. 기술평가는 크게 '수행능력평가'와 '제안내용평가' 영역으로 나뉜다.

수행능력평가 항목은 후보 IB의 △재무건전성과 △IPO 실적 등으로 구분된다. 제안내용평가에서는 △그룹에 대한 이해도 및 기여도 △제안내용의 적절성 등을 평가한다.

대형증권사의 경우, 수행능력 및 제안내용 평가 항목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가격평가 항목인 수수료가 주관사 선정의 핵심 평가요소가 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은지주 측도 수수료 평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산은지주 주관사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산은지주 측은 입찰가격에 따라 평가산식을 두 가지로 구분해 적용할 방침이다. 임의로 '추정가격'을 책정한 후, IB가 제출한 입찰가격이 추정가격의 80% 이상일 경우와 80% 미만일 경우로 나눠 점수를 매긴다.

80% 이상 가격 입찰자는 높은 가격을 쓸수록 분모가 커져 배점이 낮아진다. 반면 80점 미만 가격 입찰자 후보들은 무한정 배점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최대 60% 미만 가격까지만 인정된다. 수수료 덤핑을 막기 위해 아무리 낮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추정가격의 60%로 계산하도록 규정을 정한 것. 산은 측이 추정가격(수수료율)을 100bp로 정했다면 1bp를 적어내도 60bp로 계상해 점수화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산은 측 추정가격을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들은 결국 최저 수수료 수준에서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80% 이상 가격을 제시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 만큼 위험부담을 없애기 위해 예초부터 낮은 가격으로 제안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은금융지주 IPO 주관 수임 결과에 따라 올해 주식자본시장 리그테이블 순위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령 추정가격을 100bp, A후보(80% 이상 가격 입찰자)가 80bp, B후보(최적화 가격 입찰자)가 60bp, C후보(수수료 덤핑 입찰자)가 10bp의 가격을 제안했다고 가정해보자.

산은금융지주 평가방식에 따르면 A후보의 가격평가 배점은 2.5점, B후보는 4.5점, C후보도 4.5점을 받게 된다. A후보의 경우, 입찰가격이 높아질수록 배점은 그 만큼의 비율로 낮아진다. 반면, 수수료 덤핑 입찰자는 최적화된 가격을 제시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적화된 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면 결국 수수료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덤핑 후보에게 불이익을 주는 배점방식이 아니라면 안전장치는 큰 의미가 없다"며 "가격평가 점수를 제대로 받기 위해서 알아서 수수료를 낮출 수 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산은지주가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 도약을 위해 상장 추진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IB들 수수료 출혈경쟁을 암묵적으로 유도하는 배점 방식은 기본 민영화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기형적인 수수료 구조가 형성된 국내 IPO 시장에서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산은지주마저 수수료 덤핑을 묵인했다는 비난도 우려된다.

산은금융지주는 최근 원활한 민영화 진행을 위해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된 상태다. 공공기관 족쇄는 풀었지만 수수료 배점을 중시하는 공공기관 주관사 선정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딜은 수수료 평가부문이 당락의 좌우하기 때문에 주관/자문사 수수료 덤핑이 일상화돼있다.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STX팬오션과 대우조선해양 딜이 대표적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보유 중인 STX팬오션과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로 각각 미래에셋증권-삼일PwC 컨소시엄과 신한금융투자-모간스탠리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들 자문사들은 모두 자문 수임을 위해 5bp 내외의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IPO 당시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단 1bp의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산은금융지주 IPO의 규모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출혈 경쟁을 감수하더라도 수수료를 대폭 낮춰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최근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산은지주가 다른 공공기관과 똑같이 수수료 배점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는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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