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보던 공무원, 최효종 말에 당황해서…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2.02.22 05:47

[관가엿보기]국민들의 커지는 불신, 관료들의 깊어지는 한숨

# 황청순 고용노동부 온라인 대변인은 지난 12일 KBS2TV 인기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개콘의 인기 코너인 사마귀 유치원 팀이 비정규직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묘사해서다. 개그맨 최효종은 이 프로에서 "프리랜서란 말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은 4대 보험도 가입이 안 된다"며 "나도 사실 비정규직이다. 방송에서 돈 벌려면 '애정남' '사마귀 유치원' 같은 코너를 계속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황 대변인은 황당했다. 프리랜서는 엄연히 1인 사업주로 비정규직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방송 내용과 달리 비정규직이라도 입사와 동시에 4대 보험에 자동 가입이 된다. 황 대변인은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풍자할 수 있지만, 개콘처럼 많은 국민이 시청하는 프로에서 사실을 왜곡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 인식과 감정이 그렇다면 정부가 더 노력해야할 부문"이라며 개콘에 공식 해명 요청을 포기했다.

# 지식경제부 핵심 관계자는 절전대책으로 올 겨울 전력수급에 큰 문제없이 넘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여름이 또 걱정이다. 국민과 기업을 쥐어짜야 전력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전력문제는 값싼 전기요금 탓이지만, 그 누구도 요금을 현실화하자고 쉽게 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금을 올리자고 하면 한국전력과 정부만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쏟아질 게 뻔하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밀고 나가려면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전력대책은 욕만 안 먹으면 본전"이라며 "전기요금을 올리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워낙 국민들의 반감이 심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탓에 관료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자신 있게 내놔도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 순식간에 퍼지고, 정부의 노력은 그 자리에서 뭉개져 버린다. 적극 해명하려고 해도, 또 다른 오해를 살까 전전긍긍하며 속으로만 삭힌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최근 지난해 실업률이 3.4%로 2009년(3.6%), 2010년(3.7%) 보다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인터넷 포털과 SNS에선 미국(8.8%)과 프랑스(10.1%)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완전고용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구직 단념자나 취업 무관심자를 모두 빼버린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재정부는 각종 고용대책의 효과라고 적극 대응하고 싶었지만, 문제를 키울까봐 참았다.

이처럼 국민들이 정부의 얘기를 믿지 못하는 것은 현 정권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CNK사건처럼 각종 게이트에,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비리가 시도 때도 없이 터진 탓에 관(官)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것. 관료들 사이에서도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 좋은 정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국민들이 칭찬은커녕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게 뻔하다"는 패배주의가 엿보인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5년차, 정권 말기인 올해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각 부처가 야심차게 업무계획을 발표했지만, 정부 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며 "수십조 예산이 투입될 정책이 무용지물이 안되도록 공무원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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