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弗 중동건설 빅사이클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이군호 기자 | 2012.02.22 05:57

- 내전후 재건사업·주택·경기장 건설'붐'
-정부 주도 건설 발주 물량 40%나 늘어

- 정부도 앞장서…업계 올 700억弗 목표
- 낮은 수익률·플랜트 공사 편중은 과제


ⓒ최헌정
 중동의 건설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00억 달러 선이던 이 지역의 건설 발주 예정 물량은 올해 1500억 달러까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중동은 우리의 주력 시장인 만큼 이 같은 발주량 확대는 국내시장 침체로 고민하는 건설업체들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도 중동 수주외교에 적극성을 보여 건설업계는 한껏 고무돼 있다. 국가간 외교가 수주 가능성을 높여주는 확실한 담보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중동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관련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재스민혁명 이후 중동국가들이 각종 공사 재개에 나서면서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혀 이 같은 기대감을 높였다.

◇중동 건설시장 올 1500억 달러 전망…전년 대비 38.9%↑
이처럼 건설업계의 기대치가 커지면서 중동국가들의 개발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해외건설협회(이하 해건협)에 따르면 중동국가들의 올해 건설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1080억 달러(추정)보다 38.9% 늘어난 규모다.

구민재 해건협 지역2실팀장은 "당초 지난해 중동의 시장규모를 1300억~1400억 달러로 예상했지만 정치적·사회적 불안으로 축소됐다"면서 "특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가 지연된 요인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들어 중동국가들의 프로젝트 재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예상한 것보다 4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1500억 달러 규모의 건설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춰 국토부도 올 한해 해외건설 수주금액 목표액을 지난해 실적(591억 달러)보다 15% 이상 늘린 700억 달러로 세웠다. 특히 중동에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벌인다면 이 같은 목표치도 크게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중장기 계획을 토대로 발주되는 플랜트 등 인프라 건설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여기에 중동국가들이 재스민혁명 이후 민생안정 차원에서 주거의 질 제고에 맞춘 인프라 발주를 크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건사업·주택·경기장 건설 '붐'
실제 중동국가들은 기존 플랜트 외에도 주택건설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동 각 정부가 재스민혁명과 내전 이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주택난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어서다.


만성적인 주택난도 한 몫 한다. 공급이 원활치 않은데다 인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인구는 현재 2740만명 수준에서 2050년에는 9100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라크 역시 연간 3% 이상의 인구증가율로 신규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민간 중심이었던 중동국가들의 주택 등 부동산 개발사업이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50만가구 주택공급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개발계획의 최우선 국책사업으로 이 사업에 67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사우디 제2도시인 제다의 주택건설사업 수주를 계기로 현지의 관련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도 주택난으로 인해 정부 주도로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라크도 주택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엔은 이라크의 신규주택 수요를 2016년까지 200만가구로 내다보지만 일각에선 미국과의 전쟁에 이은 내전 등으로 사회 인프라는 물론 주택의 상당부분이 파괴됐다는 점에서 수요가 300만가구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비아 역시 내전 종식 후 올 하반기부터 총 1200억 달러를 투입하는 재건사업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인프라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9개 신규 경기장 건설에 7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현지에서 각종 공사를 수주해온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등 대형건설사들은 카타르의 월드컵 관련 인프라 공사는 물론 UAE의 철도망·공항 확장사업과 각국의 메트로(전철구축)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주 공종 다변화 등 해결과제도 많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동국가들의 건설수요 확대로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 기회가 늘고 있지만 해결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발주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고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EPC(일괄도급)방식 위주의 수주와 기본설계 등 핵심 분야에서 외부 의존도가 높아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개발형 사업은 대규모 자금조달이 어려워 수주실적이 미미한 상황이다.

 공종 다변화도 시급한 과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가운데 플랜트가 73%를 차지할 정도로 일부 분야에 편중돼 있다. 이 때문에 해외건설 수주 다변화가 업계 현안인 상황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민생 안정을 위해 확대하는 주택건설공사가 국내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동 진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인력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동국가들은 까다로운 비자발급에다 외국 인력을 제한하고 있어 대규모 건설현장에선 인력수급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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