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쇼'통아저씨 "행사뛴 지 15년, 수입은…"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오민희 인턴기자  | 2012.02.23 06:22

[엔터&머니]통아저씨 이양승씨가 말하는 업소 생활

↑'통아저씨' 이양승씨.
왜소한 몸으로 좁은 통을 통과하고 우스꽝스러운 통춤으로 웃음을 선사했던 이양승씨(60·사진). '통아저씨'로 불리며 한때 큰 인기를 얻었지만 점점 대중에게 잊혀졌다. 그동안 그는 어떻게 지냈을까.

최근 경기 분당에서 만난 이씨는 "광대인생 15년 가운데 지난 2년이 가장 힘들었다"며 드라마 같은 인생사를 쏟아냈다. 그는 여전히 매일 밤업소를 돌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린시절 환경은 어려웠다. 아버지는 청각장애인이었고 어머니는 그가 세살 때 집을 나갔다. 새어머니가 왔으나 외로움을 달래지 못해 14세 때 친어머니를 찾으려 무작정 상경했다. 온갖 잡일을 마다않고 생활하다 운좋게 배운 운전으로 취업을 하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아이 4명을 키우는 데 60만원 남짓한 월급으론 턱없이 모자라 결국 고민 끝에 묘기를 익혀 유흥업소 무대에 오르게 됐다.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가진 돈도 없는 탓에 몸을 '밑천'삼을 수밖에 없었다.

업소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부단한 연습으로 다양한 묘기를 선보일 수 있었으나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쫓겨나기도 했다.

항의를 해봤지만 오히려 인근 업소까지 출연금지를 당했다. 궁여지책으로 도전한 게 MBC 예능프로그램 '기인열전' 출연이었다.

이씨는 "소심한 성격이어서 방송 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은 그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뜨거워 '터닝포인트'가 됐다.

하지만 인기는 무한정 지속되지 않았다. 점차 화려한 쇼가 등장하면서 '통아저씨'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이씨는 작은 행사부터 밤업소까지 가릴 형편이 못됐다. 방송에서 얻은 인지도 덕분에 업소에서 일을 구하기가 이전보다 쉬워졌다는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2010년 그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 닥쳤다. 그해 1월부터 그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업소에 출연하게 됐다.

성인쇼가 매일 진행되는 그곳에서 막내딸과 함께 15분간 무대에 올라 받기로 한 금액은 고작 하루 5만원. 차 기름값과 의상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별로 없었는데 업소 측이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 무대에 서는 횟수가 늘어났다.

"세 아이의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해야 했죠. 대학에 보내주지 못한 막내에겐 너무 미안했습니다."

업소 주인은 어느날 운영권 지분 18%를 9000만원에 사라고 제안했다. 등기 설정은 해주지 못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씨는 지인 등과 협의한 끝에 거절했다.

또 하루는 일본의 한 방송국이 예고 없이 공연 촬영을 나왔다. 물론 그와 전혀 협의가 없었다. 업소 주인이 그 방송사와 일방적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업소를 나와 아예 발길을 끊었다. 출연료라도 받기 위해 경찰과 구청을 찾아갔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거꾸로 업소 주인이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바람에 곤욕만 치렀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난생 처음 변호사의 조력까지 받는 등 맘고생을 했다.

그는 "우스꽝스런 옷을 입고 웃음을 파는 사람이라고 해서 우습게 대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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