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디로 메신저 접속해" 카톡 어쩌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2.02.20 05:00

맥에 메시지 기능 추가·주소록 수집 제한…자사 제품 판매 확대 전략인 듯

아이디(ID) 기반 메신저 확대에 나서는 애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이폰에서 쓰는 '아이메시지'를 맥으로 옮겼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개발자들에게도 주소록(전화번호)이 아닌 아이디 기반으로 전환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맥, 아이팟 등 전화번호가 없는 애플 단말기에서도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통신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종속을 탈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 자사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애플 중심으로 세상을 묶는 '페이스타임'이나 '아이클라우드'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카카오와 같은 전화번호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로서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애플, 아이디 기반 메신저 확대
19일 애플이 공개한 새로운 맥 운영체제(OS) 'OS X 마운틴 라이언' 개발자 프리뷰 버전에 따르면 맥에서도 아이폰에서 쓰는 아이메시지와 연동이 가능한 '메시지' 기능을 쓸 수 있게 됐다.

메시지는 기존 '아이채트'를 대체한 메신저로 다른 맥이나 iOS 기반 단말기에 메시지를 바로 보낼 수 있다. 예컨대 집에서 맥으로 친구와 대화하다가 이동중에는 아이폰으로, 학교에서는 아이패드로 끊김없이 대화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디 기반 메신저 확대에 나선 것과 동시에 주소록 기반의 메신저 서비스에 대해서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이다.

애플은 패스(PATH) 등 일부 앱이 허락없이 주소록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문제가 불거지자 개인정보 수집 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애플 개발자 가이드라인에는 사용자의 주소록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사용자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데 이를 엄격히 적용하기로 한 것.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 앱 개발자들에게 주소록 기반 메신저들을 아이디 기반으로 바꿔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아이팟 등 판매 확대 전략
애플이 아이디 기반 메신저 확대 전략은 맥, 아이팟 등에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늘려 이들 제품 판매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웨이브3' 국내 판매 확대를 위해 바다 OS용 카카오톡 개발을 독려한 것과 비슷하다.

아이디 기반 메신저는 전화번호 기반 메신저보다 친구 추가는 번거롭지만 다양한 기기에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전화번호 등 주소록이 없는 맥이나 아이팟에서도 쓸 수 있다.


아이디 기반으로 애플의 단말기를 묶어 서비스하면 통신사업자로부터 독립도 가능하다. 이미 고화질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은 아이폰은 물론 전화번호가 없는 아이패드, 맥북에어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통신사업자의 통화수익을 갉아먹고 있다.

애플의 모든 단말기를 연결해주는 '아이클라우드'도 '잠금효과'(락인 효과)를 위한 것이다.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나 아이패드에 저장된 음악을 별도의 노력 없이 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에 매료된 아이폰 사용자는 맥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카카오톡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업체 '고민'
애플이 이 같은 움직임으로 카카오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빠르게 가입자를 늘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주소록 기반 친구 추가였는데 이를 유지하고서는 더 이상의 확장이 어려워서다.

전화번호 기반 메신저는 친구 추가는 쉽지만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쓰기가 어렵다. 단말기별로 전화번호가 다르고 전화번호는 없지만 인터넷에 연결되는 단말기가 많아서다.

실제로 카카오톡은 평소에 쓰는 단말기가 아닌 제3의 단말기에서 문자(SMS)인증을 받으면 이전 단말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여러 단말기에서 카카오톡을 쓸 경우 다른 사람이 내 카카오톡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PC용 카카오톡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냥 애플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 최근 카카오톡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업그레이드가 늦어지면 사용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아이폰 때문에 전화번호를 모두 아이디로 전환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아이폰 사용자를 버리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만을 위해 서비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단말기가 달라도 서비스를 같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추세인데 단말기마다 다른 아이디나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면 확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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