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3배 폭등? 가락시장 '이것' 때문에 난리

머니투데이 최경민 박광범 기자 | 2012.02.19 08:00

[출동!사건팀]예년대비 3배 폭등한 청양고추에 상인·경찰 '속만 타'

'고추'가 경찰을 울리고 있다. '금값'으로 변한 청양고추 때문에 가락시장에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이를 막기 위한 경찰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가락시장의 좀도둑들은 가격이 전년대비 3배 넘게 폭등한 청양고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지만, 경찰은 단속을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냉수만 들이키고 있다.

◇청양고추 좀도둑에 상인끼리 언성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고추 도매업을 하는 김모씨는 지난 17일 오전 2시30분쯤 청양고추 4박스를 도둑맞았다. 길가에 세워둔 구매자의 차량에 청양고추를 싣고 난 후 10~20분 정도 한 눈을 판 사이에 일어난 일.

청양고추 가격이 올라 이를 노리는 좀도둑이 많다는 소문은 이미 가락시장에 파다하다. 이제는 새벽 무렵의 가락시장을 찾았을 때 청양고추 때문에 도매업자와 구매자들 사이의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기도 부평 소재 W마트 운영자는 "가락시장에서 청양고추 30박스를 도난당한 후 이틀 뒤 3박스를 더 도둑맞았다"며 "너무 화가 나서 판매하는 도매상 쪽에 책임지라고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경찰이나 농수산유통공사 등에 신고를 꺼리는 형편.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락시장 도매상인들 특성상 구매자가 청양고추를 도둑맞고 "주문한 물량과 차이가 난다"고 항의하면 신뢰관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물건을 다시 주기도 한다.

또 피해규모가 1건당 4~5박스 정도로 소량에 그치고 있어 구매 및 판매자 간 합의로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인들은 "도둑을 붙잡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생각해 신고를 주저하기도 한다.


◇청양고추 작년 대비 '3배 비싼몸'
청양고추가 이렇게 상인들의 '골칫거리'가 된 것은 가격 때문이다. 해당 계절에 가격이 가장 비싼 채소 및 청과를 노리는 좀도둑들은 언제나 가락시장에 존재했다. 최근 가격이 껑충 뛴 청양고추가 자연스럽게 좀도둑들의 최우선 목표가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청양고추 1박스(10㎏)는 15만1200원에 거래됐다. 1달 전 가격은 7만5400원, 1년 전 가격은 4만884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청양고추 가격 폭등의 이유로는 △1~2월에 불어닥친 이상 한파에 따른 출하량 감소 △유가인상에 따른 비용증가가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따뜻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청양고추가 한파로 인해 하우스 내에서 생육이 더뎌지고 있다"며 "워낙 추우니까 하우스 난방을 강화해야 하는데 유가인상 때문에 이것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좀도둑들은 '비싸고 귀한몸'인 청양고추를 주로 지방 경매장에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은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청양고추를 훔쳐가는 것을 볼 때 좀도둑은 시장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도 노이로제 걸릴 지경"
서울시농수산물공사와 경찰 역시 청양고추 좀도둑 증가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검거 건수는 '제로'에 가깝다.

농수산물공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평소 3~4명 두던 야간 순찰인력을 9~10명으로 증원할 계획을 세웠다.

또 지난 16일에는 140여대 운영하고 있는 폐쇄회로(CC)TV를 더 늘리고 우범지대로 꼽히는 지역으로 CCTV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도난 발생지역에 현수막을 걸고 새벽에는 도난방지 안내방송도 실시하고 있다.

가락시장을 관할하고 있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말 그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편이다. 송파서는 사복경찰 2명과 순찰차 1대를 기본적으로 가락시장에 운영하고 있지만 도둑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락시장 판매장에 설치된 CCTV는 새벽녘 도둑의 얼굴을 식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범행이 주로 판매장 외곽의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점도 경찰에게는 '악재'다.

경찰은 범행 시간대인 새벽에는 화물차 운행량이 워낙 많아 순찰을 돌기에도 벅찬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청양고추 절도 증가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순찰차를 추가로 편성하는 등 신경을 유독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범인검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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