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경 강동서장 "학교폭력은 드러내야 해결"

머니투데이 최경민 정지은 기자 | 2012.02.15 14:32

'청소년 문제 전문가' 김 서장…빈부격차와 학업 스트레스, 폭력 게임이 주요 원인

김해경 강동경찰서장
김해경 서울 강동경찰서장(53)은 경찰 내 '학교·청소년 폭력 전문가'로 꼽힌다.

학교폭력에 대한 김 서장의 생각은 "살인·강도 사건만큼 청소년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 연초부터 학교폭력이 사회적 화두가 되는 가운데 김 서장의 구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 서장은 15일 "경찰이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 생활질서과장 등을 역임하며 청소년 문제 수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김 서장은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강동서에서 경찰관들이 학교폭력 관련 강의를 나갈 경우 "장난도 당사자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보면 천진난만합니다. 하지만 범행 수법 등을 보면 정말 잔인한 경우가 많죠. 사람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놀이를 하면서도 장난인데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는 반응입니다. 피해자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그는 부모들의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각이 '우리 아이는 절대 아니다', '아이들끼리 장난인데'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최근 발생하는 학교 폭력의 이유로 △빈부격차 △학업 스트레스 △폭력적인 게임 등을 꼽았다. 과거 '힘'만으로 정리되던 학생들의 '서열정리' 과정이 다소 변하며 학교폭력의 성격이 복잡하게 변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옷차림, 공부 역시 아이들이 서열을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피해자들이 대부분 가난하고 불우한 집안에 집중되고 있죠. 이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일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학업 스트레스는 대부분 폭력적인 게임으로 푸는데 이게 또 악순환을 유발합니다."


그렇다면 복잡해진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 김 서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전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을 인용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강동서는 지난8일 구청과 교육청, 병원, 학원 연합회 등 지역 유관기관과 함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에는 △신체·정신적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진료지원 △생활이 어려운 피해학생에 대한 무상 학원교육 등이 포함됐다.

"학교폭력은 경찰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나 교육부 등에서 학교폭력의 실체에 대해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해서도 안 됩니다. 문제를 사회적으로 함께 드러내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김 서장은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이 문제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교육계가 경찰과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기 시작한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에 대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검거 보다는 예방이 먼저이며 재범이 일어나지 않게끔 선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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