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가격 올랐는데, 농산물ETF 수익률 '꽝'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2.02.14 16:55
ETF(Exchange Trade Fund)란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지수연동형 펀드(Index Fund)'로,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된다.즉 펀드를 잘게 쪼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대기업 박과장(37)은 요즘 20년 지기 친구에게 구박받고 있다. "농산물 ETF(상장지수펀드) 1만원대 무너지면 무조건 사라"고 권한 때문이다. 박과장의 말을 믿은 친구는 농산물ETF를 9000원대에 샀고 이후 유로존 위기 여파로 8000원대까지 하락해버렸다.

고민에 빠진 박과장은 매일 곡물가격만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국제 곡물가는 반등했지만 ETF는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14일 증시에서 TIGER 농산물선물 (5,580원 ▲15 +0.27%)(H) ETF는 0.28% 오른 8965원에 마감했다. 곡물 가격은 오르는데 농산물 ETF는 왜 하락하는 걸까.

대니얼 안(Daniel Ahn)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원자재 전략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개인들이 원자재에 투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원자재 ETF를 사는 것"이라며 "ETF는 원자재 실물이 아닌 선물(FUTURE)에 투자하기 때문에 실물 가격이 오른다고 ETF가 동반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ETF는 일반적으로 밀, 대두, 옥수수에 투자한다. TIGER 농산물 ETF는 밀, 대두, 옥수수, 설탕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에 투자한다고 해서 진짜 옥수수를 사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옥수수를 살 계약, 즉 선물에 투자하고 만기가 되기 전에 되판 뒤 다음 월물을 사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예를 들면 이번 달에 1개월 만기 옥수수 1kg을 1만원에 매입하는 선물계약을 했는데 1개월 후에 선물가격이 1만1000원이 되면 1만원 선물을 팔고 다음 월물을 사야한다. 옥수수 가격이 올랐는데 1만원짜리 선물을 팔고 1만1000원짜리 선물을 사면서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선물에서는 '콘탱고'라는 한다. 콘탱고가 심해지면 원자재ETF 수익률은 악화될 수 있다. 선물의 월물간 가격 차이는 원자재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원자재는 보관, 운반 등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 변화가 심해진다. 특히 농산물이나 천연가스 등 부대비용이 많은 원자재일수록 가격 괴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선물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아 일반인이 투자하기 쉬운 ETF는 금을 비롯한 귀금속과 기초금속에 투자하는 ETF"라며 "ETF는 실물 가격 움직임과 역방향으로 움직이거나 더 빨리, 더 늦게 움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농산물 시장은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씨티증권은 기상변동과 사료 수요 및 바이오에너지 원료 수요 증가로 올해 농산물 가격은 보합권을 유지할 걸로 내다봤다.

악명 높은 원자재 ETF는 미국 천연가스(UNG) ETF다. 2008년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할 때 UNG ETF는 더 큰 폭으로 하락해 많은 투자자들을 울렸다.

국제 원자재 선물 시장은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헤지펀드 등의 투기 수요 영향도 받는다. 지난해는 유로존 위기로 투기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변동폭이 크게 나타났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지만 ETF의 경우 선물이 롤오버할수록 손실이 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환율 때문에 수익성이 좋아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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