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자산가 "패륜아들, 재산주기 싫은데..."

머니투데이 조혜정 서연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 2012.02.12 15:30

[법과시장] 부모 폭행 패륜아, 상속받을 수 있나? 답은 "있다"

팔순을 넘긴 나이의 A씨는 꽤 유명한 기업을 일구었고, 몇 백억 대의 재산을 모았다. 모두 부러워할 만한 부와 명예를 가진 그의 노년이 마땅히 행복해야 할 것이지만, A씨에게도 남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마흔 넘어 뒤늦게 얻은, 하나 뿐인 아들이 너무 귀여워 오냐 오냐 키운 것이 문제였을까. 아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었지만 아들은 자립능력을 갖지 못했고, 도피성 유학을 다녀온 후에는 결국 사회부적응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취직을 시켜주면 몇 개월 못 가 그만두기를 반복. 결혼을 하면 나을까 하여 결혼을 시켰지만, 술을 마시고 아내를 때리는 버릇 때문에 결국 이혼당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생활과 결혼생활에 모두 실패한 아들은 술과 향락에만 의존하여 중증의 알코올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급기야는 만취한 상태에서 '재산 언제 줄 거냐'고 난동을 부리다가 말리는 어머니를 때리고 아버지 A씨에게는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아무리 아들이지만 부모를 때리고 욕하는 패륜아에게는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아들의 상속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A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부모 폭행, 존속 살해 뉴스가 며칠 걸러 나오는 시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고민은 A씨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나를 때리고 욕하는 자식에게 재산을 안 물려준다는 건 어찌 보면 애써 재산을 모은 부모의 당연한 권리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A씨가 정말 아들의 상속자격을 박탈할 수 있을까? 법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상속 자격이 박탈되는 것을 법률용어로 '상속결격'이라고 하는데, 우리 민법의 상속결격사유는 상당히 엄격하다.


상속결격사유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하거나 변조 혹은 파기 또는 은닉한 자로 규정되어 있다.

즉, 상해치사, 살인, 살인미수 정도가 되지 않으면 폭행 폭언 정도로는 상속결격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A씨의 아들이 부모를 때리고 욕했더라도 상속결격자가 안 되고, A씨 아들은 A씨가 사망하면 자기 상속분대로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만약, A씨가 아들에게 재산을 안 주기 위해서 다른 자식이나 사회단체에 재산 전체를 주어 아들의 몫을 없앤다 하더라도, 아들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해서 A씨의 그러한 처분행위가 없었다면 본래 받을 수 있었던 상속분의 1/2까지는 재산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돌려받을 수가 있다. 결국, 아들이 스스로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한, A씨가 아들의 상속권을 완전히 박탈할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법은 부모를 욕하고 패는 패륜아를 보호해줄까? '내가 모은 재산은 내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과 달리 법은 재산은 가족 공동체 전체의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자녀의 상속은 부모 재산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자기 몫을 가져가는 것이 되고, 원래 자녀 몫이었으니 웬만한 사유로는 뺏을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정한 것이다.

이런 결론을 얘기해주면 당사자인 부모들은 '뭐 그런 법이 다 있냐'면서 펄펄 뛴다. 하지만, 현행 민법 하에서 다른 결론을 낼 도리는 없다. 자식이라는 인연의 굴레를 끊기가 어디 쉬운 줄 아느냐고 부모들을 위로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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