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지기 박희태·박상천 '질긴 인연' 화제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2.02.09 10:56
박희태 국회의장(74)이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같은 날 박상천 민주통합당 의원(74)은 "나이가 많아졌다.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장과 박 의원은 국회에서 '50년 지기'로 유명하다. 사실상 정계 은퇴 선언까지 같은 날 하게 된 두 정치인의 '질긴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
박 의장과 박 의원은 각각 바다를 접한 경남 남해와 전남 고흥에서 1938년 태어났다. 1957년 함께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며,1961년 나란히 고등고시 사법과(13회)에 합격해 검찰에 몸담았다.

이들은 각각 민정당, 평민당 소속으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에서도 법사위원, 정당 대변인, 원내총무 등을 같은 시기에 역임하며 호흡을 맞췄다.

특히 여야 대변인 시절 박 의장과 박 의원은 현안을 놓고 자주 공방을 벌였고, 1990년대 본격화된 TV 토론에도 종종 함께 등장해 '맞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걸어온 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컸다. 정권에 따라 두 사람의 관운은 부침을 겪었다. 박 의장은 검사로 임관한 뒤 서울지검 검사, 대검 부장검사,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 부산지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반면 박 의원은 판사 생활 1년을 거쳐 검사로 임관한 뒤 20여 년간 지방검찰청을 전전했다. 결국 검사장 승진을 못하고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1987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박상천 의원
박 의장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과 함께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5년 뒤인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을 때는 박 의원이 정권의 초대 법무장관에 임명됐다.

성격도 항상 비교됐다. 박 의장이 느긋하지만 치밀한 반면 박 의원은 다혈질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대변인을 할 때도 박 의장이 '비유화법'을, 박 의원은 '직설화법'을 자주 사용했다.

두 사람은 사석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박 의장이 사회를 본 국회 본회의에서 박상천 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위해 발언대에 서자 박 의장은 "기대가 크다"며 각별히 애정을 표현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박 의장의 사퇴와 관련해 "박 의장이 의장직을 잘 수행해서, 명예롭게 마감하는 것이 좋았을 텐데, 본인이 여러 사태 감안해서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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