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부동산펀드 만기, '오피스 매물' 쏟아진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12.02.09 04:45

서울 중심가 빌딩 블록딜 등 매물 잇따라..공급증가로 수익성 악화 우려

오피스빌딩시장에 부동산펀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2004~2008년에 설정된 임대형 부동산펀드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공급이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에 설정된 임대형 부동산펀드(리츠 제외)만 58개로 총 설정액은 2조8000억원이 넘는다.

◇부동산펀드 오피스빌딩 잇따라 처분

8일 부동산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신한BNPP자산운용은 최근 사모부동산펀드 '신한BNPP A-KOF사모부동산'이 소유한 서울 중구 신문로 '씨티은행센터빌딩'과 을지로입구 '다동타워', 강남 테헤란로 '아남타워' 등 3개 오피스빌딩의 블록딜(일괄매각)을 추진 중이다. 3개 오피스빌딩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신한BNPP A-KOF사모부동산'은 2006년 9월 싱가포르 부동산 전문기업 아센다스와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국내보험사들이 함께 설정한 펀드로 아센다스가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4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아센다스 등 수익자들이 소유한 오피스빌딩들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전했다.

신한BNPP운용은 오피스빌딩 블록딜을 위해 영국계 부동산 자산관리회사 세빌스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최근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았다.

입찰에는 미래에셋, 코람코, 미국 GE의 부동산부문 계열사 GE자산관리, 독일계인 도이치자산운용의 리프 등 10여개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BNPP운용은 이중 1곳을 빠르면 다음주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들 3개 오피스빌딩의 총매각가격은 2000억~25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3개 모두 서울 중심가에 위치하지만 중소형 오피스빌딩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 1987년 15층으로 준공된 '씨티은행센터빌딩'은 연면적 약 1만9470㎡(5900평)고, '다동타워'는 12층에 연면적 1만4850㎡(약 4500평), '아남타워'는 7층에 1만2540㎡(3800평) 정도다.

부동산펀드가 내놓은 오피스빌딩은 이뿐이 아니다. 2008년 메릴린치펀드가 사들인 경기 성남구 수내동에 위치한 'SH에너지빌딩'도 매물로 나왔고, 리츠회사인 코람코가 2006년 인수한 서울 종로구 'G타워'도 새 주인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거래가 성사된 오피스빌딩도 여럿이다. 독일계펀드 데카가 2005년 매입한 중구 명동의 '센트럴빌딩'은 최근 제이알자산관리가 리츠를 설립해 사들였다. 또 지난해 말에는 삼성이 독일계펀드들이 소유한 중구 회현동의 '프라임타워'와 중구 봉래동의 'HSBC빌딩', 강남 삼성동의 '삼성파이낸스빌딩'을 잇따라 매입하는 등 지난해에만 총 11건의 부동산펀드 매물(리츠 포함)이 거래됐다.

◇"공급 초과로 매매활성화는 미지수"=전문가들은 앞으로 오피스빌딩시장에 부동산펀드 매물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기를 앞둔 부동산펀드가 많은데다 주요 투자자인 외국자본의 자금회수 욕구도 강하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오피스빌딩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임대형 부동산펀드는 총 130개(총설정액 7조3384억원)며 이중 58개(2조8000억원)가 2004~2008년에 설정됐다. 일반적으로 부동산펀드의 만기가 5~7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상당수 펀드가 오피스빌딩 등 보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최창훈 미래에셋맵스운용 부동산투자부문 사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만기를 연장하기도 하지만 2009년 이전에 투자한 경우는 대부분 수익이 많이 난 상태"라며 "이런 부동산펀드는 주요 투자자들이 만기에 '엑시트'(Exit·자금회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 매물이 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오피스빌딩시장이 다시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신규 공급물량 증가로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높아지고 기대수익률은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 시장의 수요, 특히 투자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서울지역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2%에서 2009년 3.52%로, 2010년에는 5.93%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5.18%로 다소 낮아졌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김소진 교보리얼코 연구원은 "현재 서울지역 오피스빌딩시장은 공급 초과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올해 부동산펀드 만기 등으로 거래건수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 임차인을 보유한 우량물건 위주의 선별적인 매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부동산펀드 임원은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높아졌지만 아직 6%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데다 시중 유동성도 풍부해 거래가 어렵지 않다"며 "다만 공급증가로 매각차익 기대감이 낮아져 투자수요는 연기금 등 장기자금으로 국한되고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