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싸이월드를 죽였나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2.02.08 08:55

[마켓로드]저커버그 편지로 본 싸이월드 실패요인

페이스북이 이달 초 IPO(기업공개)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IPO 후 기업가치는 최대 1000억달러(약 1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 IT(정보기술) 기업인 애플의 기업가치가 476조원이고, 우
리나라 최고 기업 삼성전자가 161조원의 가치를 지녔으니 페이스북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IPO신청서엔 한국 싸이월드(이하 싸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싸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원조로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 소위 '싸이질' 광풍을 일으켰다. 이런 싸이는 왜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기업이 되지 못했나? 누가 싸이를 죽였는가? (관련기사: 카카오, 성공요소 다섯가지중 남은 두가지)

기숙사의 조그만 방에서 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킨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사진)가 투자자들에게 직접 쓴 서신, 즉 페이스북의 경영방침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싸이뿐만 아니라 다른 벤처기업들도 참조할 만한 메시지를 던졌다.  

저커버그는 무엇보다 페이스북이 가장 큰 효과를 내는데 집중할 것(Focus on Impact)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싸이에 대입하면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효과를 얻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싸이는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데 너무나 긴 시간을 낭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몇 가지 패인을 짚어볼 수 있다. 두번째,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Move Fast). 조직이 빠르게 움직이면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또 빨리 배운다. 그런데 싸이는 조직이 거대해지면서 너무나 느리게 움직였다. 어떤 실패도 두려워해 돌다리를 하나씩 다 두드려 보고야 강을 건넌다면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빠르게 움직여야만 돌파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르게 해석하면 "돌파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업이 너무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란 얘기다.
 
세번째, 실패를 두려워했다(Be Bold). 싸이는 성장할수록 점점 실패하는 걸 두려워해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큰 기회일수록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기업이 커질수록 CEO(최고경영자)는 그 위험이 싫어서 좋은 기회마저 포기하고 만다. CEO에게 말하건대 "가장 큰 실패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다. 비록 나중에 실패로 끝나더라도 지금 결정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네번째, 개방적이지 못했다(Be Open). 개방적인 조직은 정보의 소통을 보다 윤활하게 해줘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 싸이는 이런 개방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다섯번째, 사회적 기본가치를 조성하지 못했다(Build Social Value). SNS는 세상을 서로 연결해줘 개방적으로 만들려고 존재한다. 싸이는 전세계를 잇는 SNS를 추구하려는 큰 목표를 버리고 단지 하나의 기업을 만들기 위해 주저앉았다.
 
이밖에 또다른 요인을 든다면 과도한 규제가 아닐까 한다. 소위 '싸이질'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싸이는 움츠릴 수밖에 없다. 사회가 싸이를 죽이는 셈이다.
 
싸이가 글로벌 기업으로 크지 못한 안타까움 속에서 요즘 진행되는 마녀사냥식 게임산업 규제로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이 징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짓밟아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앞으로 "누가 우리나라 게임업체를 죽였나"라는 후회를 해서는 안된다.
 
페이스북 창업자는 서신에서 싸이의 실패요인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성공한 페이스북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비교했다. 싸이가 페이스북처럼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비교를 싸이에 적용해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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