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캐나다에서 신당동 떡볶이를 팔려면···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 2012.02.07 09:00
# 강북 A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중국계 캐나다인 H씨(32)는 요즘 '신당동 떡볶이'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2009년 여름 한국에 처음 온 직후 동료교사와 함께 한국 문화를 음식으로 배운다는 차원에서 먹어본 떡볶이에 '꽂혀버린' 것이다.

얼마 전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 혼자 가서 2인분어치를 다 먹어치웠다고 자랑할 정도다. 평소 한류 드라마를 빠트리지 않고 챙길 정도로 'K-컬쳐'의 팬인 그는 "맵지만 달달한 떡볶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맛"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외식 기업들의 화두는 세계화다. 한식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상상 이상이다. 한식을 경험해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내놓는 평가를 보면 호평 일색이다. 명동과 삼청동 일대 길거리 음식점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연간 수 십 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마카오 성 바울 성당 앞 육포거리처럼 우리 한식 혹은 길거리 음식도 관광명소로 키울만한 잠재력이 충분하다. 또 이탈리아 음식 피자가 세계적 음식이 된 것처럼 한식 세계화에도 가능성은 풍부하다.

외식기업들이 세계화를 추진하다 걸리는 문제는 자금력이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필수적 요소다. 자금력이 가장 풍부한 곳은 대기업이다. 대기업들과 손잡는다면 골목에서 시작된 길거리 음식이라도 세계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는 외식기업들이 처한 상황에 역행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외식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높다. 빵집이나 분식 같은 중소자영업자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가면 기존 중소자영업자들이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시작된 죠스떡볶이가 CJ가 운영한다는 루머가 퍼지자 회사 측에서 화들짝 놀라 이를 부인했던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대기업이 들어와 외식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대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 앞에 이 같은 측면은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

강력한 사회적 비난 여론의 진입장벽은 오히려 외국계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최근 해외진출을 추진하던 외식프랜차이즈 놀부가 힘에 붙이자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이나 대기업 계열 베이커리 업체들이 사업을 철수한 빈 공간에 외국계 빵집이 들어온 것이 대표적이다.

H씨는 학교와 계약이 끝나 조만간 캐나다로 돌아가야 한다. 캐나다에서도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H씨의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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