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사태' 긴박했던 2박 3일, 막전막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2.02.05 14:35

이례적인 속전속결..주말 분주했던 거래소

긴박했던 2박3일이었다. 국내 10대그룹 한화의 '상장폐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뻔 했다.

이번 사태는 조용했던 금요일 저녁, 한화의 기습 공시로 시작됐다. 이후 주식거래정지에서 재개에 이르기까지, 한국거래소와 한화 간 숨 가빴던 막전막후를 정리해 봤다.

#.금요일 저녁 기습 공시

지난 3일 저녁 6시 46분 한화의 '기습' 공시가 나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남영선 한화 사장 외 3명의 한화S&C 주식 저가 매각을 통한 89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혐의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공시 타이밍이 절묘했다. 한가한 금요일 저녁에 '메머드' 급 공시가 나온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었다. 통상은 오후 6시 이후, 그것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는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는 '파장' 분위기인 탓이다.

한화 측의 공시는 파장을 최소화 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주식 시장이 열리는 오후 3시 이전에 공시 할 경우 주식거래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해갈 수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기습 공시가 나온 뒤 20여 분이 흘러 거래소의 대응 방안이 나왔다. 저녁 7시 8분 거래소는 공시 지연에 따라 한화에 벌점 3점을 부과했다. 또 배임 혐의를 확인함에 따라 오는 6일부터 주권거래를 중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 한다고 밝혔다.

#.주말, 치열했던 막전 막후

주말동안 한화와 거래소 간 줄다리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우선 한화측은 부랴부랴 금요일 밤 거래소를 찾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읍소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전원 비상 대기했다. 여의도 거래소 사무실은 금요일 밤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금요일 밤에 시작된 거래소와 한화의 치열한 줄다리기는 토요일, 일요일 오전까지 계속됐다.

이번 사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통상 상폐 실질 심사 대상을 결정하는 데는 2주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한화의 경우는 공시가 나온 바로 다음날 비상회의가 열렸다.

한화 측도 다급했다. 주말 내내 재무·기획·투자자관계관리(IR) 등 관련 부서원들을 총동원해 경영투명성 개선방안과 이행계획서를 작성했다. 별도로 거래소를 상대로 상황을 설명하는 등 분주하게 돌아갔다.

"상폐 심사 대상 아냐" 속전속결 결론

기습 공시 후 이틀 밤이 지난 5일 오전, 거래소는 이창호 유가증권시장 본부장 주재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지정 여부 심사했다. 한화 측은 소명자료를 5일 오전 곧바로 제출했다.

낮 12시, 거래소는 한화에 대해 상폐 심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또 한화에 대한 거래정지도 즉각 해제됐다. 대규모 배임으로 인한 거래정지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거래소는 한화가 제출한 경영투명성 개선방안에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래소 발표 직전인 오전 11시 45분 한화측은 '상장폐지실질심사 관련 한화 입장'이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매매거래 정지와 관련해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드리며, 투명경영 제고를 통해 신뢰회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번 공시 내용 중 혐의에 관한 건은 2011년 1월 29일 검찰이 일방적으로 기소한 내용을 공시한 것으로, 관련 피고인들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아 후폭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10대 그룹의 상폐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는 2박3일간 짧은 이벤트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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