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대교, 日기술자가 공사? 말도 안돼"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2.02.06 05:13

[인터뷰]세계 4대 현수교 '이순신 대교' 설계 문종훈 대림산업 과장


- 국내 현수교 장인 1호…케이블 가설 첫 국산화
- "기술독립 다짐" 여수엑스포 개막전 가개통 일궈


↑대림산업 기술개발원 특수교량팀 문종훈 과장 ⓒ대림산업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딴 초대형 현수교를 건설하면서 일본 기술자들이 계획하고 공사를 한다는 게 뭔가 꺼림칙했습니다. 어차피 현수교 시공능력은 다른 나라 기술자들에게 전수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 손으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국내 최대규모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인 '이순신대교'가 순수 국내파 엔지니어와 국산기술, 국산장비로 태어난 배경엔 대림산업 기술개발원 특수교량팀 문종훈 과장(사진)의 당돌한 자신감이 자리했다. 문 과장은 국내 '현수교 장인 1호'로 불릴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게 대림산업은 물론 건설업계 내에서의 평가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여러 현수교가 건설됐지만 순수 우리 기술로 모든 공정이 진행된 것은 이순신대교가 처음이며 그 핵심 기술인 '케이블 가설 엔지니어링' 기술을 국산화한 사람이 바로 문 과장이어서다. 그는 학부는 물론 석·박사학위까지 국내에서 마친 '토종' 엔지니어다.

 2002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문 과장이 현수교 업무에 투입된 시기는 2006년 전남 고흥의 소록대교 공사가 처음이다. 그때까지 국내에 가설된 현수교는 1973년 준공된 경남 남해대교와 부산 광안대교, 인천 영종대교 등 3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현수교 공사의 핵심기술인 케이블 가설은 모조리 일본인 기술자들의 몫이었다.

문 과장은 "공부 좀 하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 이순신대교 공사에 투입되면서 당시 현장소장이었던 윤태섭 상무가 기술자립을 제안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무슨 '깡'으로 그랬는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수교 케이블 가설 공사는 고도의 계산과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런 작업을 우리 기술로 해보겠다며 독학으로 매달리다보니 현장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점이 발생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공사는 올스톱됐고 그때마다 문 과장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문 과장은 "63빌딩보다 높은 곳(최고 270m)에서 밑이 훤히 보이는 철망 위에서 일하는 것보다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 긴장했다"며 "하지만 그때마다 현수교 가설 기술의 독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하면서 내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다"고 돌아봤다.

 이 같은 순수 국내파 엔지니어의 뚝심과 이에 대한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은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여수엑스포 개막(5월12일) 전 가개통을 가능케 했다. 문 과장은 "돌이켜보면 직원 모두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진심으로 달려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순신대교에서 얻은 독자적인 현수교 케이블 가설 기술은 후배들에게 전수됐다. 문 과장이 공사기간에 직접 가르친 후배 엔지니어 2명은 벌써 각각 현수교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문 과장은 "현수교 기술은 역사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됐지만 1㎞ 넘는 현수교를 독자기술로 건설할 수 있는 건 국내에선 대림산업뿐"이라며 "해외시장에서도 대림산업의 뛰어난 현수교 가설 기술을 하루빨리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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