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진' 유로존…위기는 아직 '현재진행형'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2.02.05 16:11

[권다희의 글로벌 본드워치]ECB 대출로 일시적 완화…그리스도 여전히 불안요소

잠잠해진 것은 분명하다. 유럽 국채시장에서 적어도 최근 몇 주 동안은 지난해 여름 다시 불거져 지난해 하반기 동안 끈질기게 이어졌던 공포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염됐다고 판단되기 시작한 2010년 11월 후 처음으로 5%를 하회했다. 이탈리아 10년 물 국채 금리도 6%선에서 후퇴하며 지난해 10월 후 저점 부근에 머물러 있다.

최근 몇 주 간 미국과 중국을 비롯, 전 세계 경제지표가 안심할만한 수준을 기록하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뚜렷하게 회복됐다. 증시도, 회사채 시장도 랠리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위험자산 상승세에 '묻혀있는' 유로존 국채 시장 랠리에는 좀 더 다른 요인들이 개입돼 있다. 무엇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제공한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가 진정제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ECB가 지난 달 22일 유로존 은행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3년 물 대출 수요는 4890억 유로를 기록했다. ECB는 역내 은행권 신용경색을 막고 올해 1분기 돌아오는 2300억 유로의 은행채 상환을 돕기 위한 1% 저리 대출 만기를 3년으로 늘렸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ECB에서 자금을 차입해 수익률이 높은 유로존 국채에 투자해 왔다. 최근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의 국채 금리 하락도 ECB 대출 효과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ECB는 오는 29일 유로존 대형 은행 경영진들은 2차 3년 LTRO 입찰을 실시하는데, 업계 전망에 따르면 이번 달 입찰에는 1차 때보다 2~3배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대출수요는 최대 1조유로로 관측된다.

적어도 이번 달까지는 LTRO 진정제가 '약효'를 발휘할 수 있으리란 관측이다.

주변국 국채시장 회복에는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매수보다는 시장 진정을 목적으로 한 해당국 내 매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키만 소시에떼제너럴 채권 투자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주변국 회사채 랠리의 경우 투자심리 회복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가 늘어난 영향이지만 국채 시장은 전적으로 해당국 국내 투자자들의 매입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실제로 바클레이즈캐피탈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스페인 국채 보유량을 225억유로 더 늘렸다.

유럽 국채 시장의 적막이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깨질 지도 알 수 없다. 특히 그리스 상황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4일 유로존 관계자들과 함께 연 컨퍼런스에서 2차 구제금융을 둘러싼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 간 채무협상이 거의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다음달 20일까지 145억 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2차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돼 자금지원을 받아야만 디폴트를 모면할 수 있다. 그러나 디폴트 모면은 시장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난은 하루아침에 풀릴 수 없고, 더 절망스러운 점은 개선 가능성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지난주에는 그리스 부채협상 타결이 지연되며 불똥이 포르투갈로 튀었다. 지난달 30일 포르투갈 국채 금리는 10년물이 17%, 2년물이 22%를 넘으며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염 위험이 여전함을 상기시켰다.

현재 상황만을 두고 본다면 주변국 중에서도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디폴트를 간신히 모면하는 수준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진정기미를 찾아가며 차츰 개선돼 주변국 내에서도 분화가 일어나는 방향으로 균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국채시장 위기는 유럽 국가들의 경쟁력 저하, 부채 및 재정적자와 맞물린 고질적인 문제다. 국가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고 성장률을 개선해 유로존 부채 위기를 진정시킬 획기적인 타결이 도출되기 전까지 이 위기는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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