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도시재정비사업 발 빼는 이유는?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2.02.07 10:25

[머니위크]약속 저버린 '사업성'이 뭐기에…

전통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강자로 평가받던 삼성물산이 각종 수주에서 하나 둘씩 발을 빼고 있다. 이미 시공권을 따낸 사업조차 포기를 불사할 정도다.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이 포기한 사업장은 상당하다. 10월 용산국제빌딩 4구역을 비롯해 안산 군자주공6단지의 재건축·재개발사업 시공계약을 해지했고, 11월 왕십리 뉴타운 3구역 등 6~7개 사업장과도 계약을 해지했다.

수주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다가 돌연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안양1동 진흥아파트와 임곡3지구의 경우가 그렇다.

반면 강남권 수주에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포주공, 압구정, 서초 우성 1·2차, 무지개, 신동아 등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수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착실하다. 소위 돈 되는 강남에서는 명성을 쌓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2010년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2조200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수주액은 불과 2434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11%만 수주한 셈이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65%였다.

◆공사비 인상 안하면 '포기'

지난해 9월,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물산·대림산업·포스코건설)은 용산구 국제빌딩주변4구역에 대한 사업을 포기했다. 공사비 인상을 조합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물산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였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용산4구역 조합과 공사비 5993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2007년 11월이다.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주택시장 열기가 가라앉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조합에 1533억원의 추가부담금을 요구했고, 조합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이곳은 3년 전 무리하게 세입자를 몰아내려다 6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를 낸 '용산 참사' 현장이다. 시민단체 등은 삼성물산 등 시공업체가 용산 참사의 원인인 강제 철거의 배후라고 지목해왔다.

공사비 인상 요구가 관철되지 않아 사업을 철회한 곳은 또 있다. 삼성물산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왕십리뉴타운 3구역 조합과 재개발사업 시공 가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중도 해지했다. 설계와 자재 변경을 이유로 3.3㎡당 349만9000원에서 431만8000원을 요구한 것이 화근이었다. 협상을 이어오던 조합은 결국 12월에 이르러 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권을 넘겨야 했다.

삼성물산은 2009년 현대엠코, 신동아건설 등과 치열한 수주전 끝에 따낸 안산 군자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도 지난해 10월 포기했다. 안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호기를 부렸던 곳이다. 총 사업비 2962억원으로 최고 30층 140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를 만들겠다던 청사진은 휴지 조각이 됐다.


재건축·재개발 수주 물량이 풍성한 안양에서도 삼성물산은 한발 물러선 그림이다. 재건축·재개발 전문지인 리웍스리포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안양1동 진흥아파트 재건축조합 수주전에 참여했다가 입찰마감일 돌연 입찰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역 인근에 홍보관까지 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던 삼성물산이 돌연 입찰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안양 수주를 포기했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인근의 임곡3지구에서 삼성물산은 유력한 낙찰기업으로 손꼽혔지만 별안간 수주를 포기하기도 했다.
 
◆10분의 1토막 수주, 돈 되는 사업만 한다

지난해 12월 삼성그룹은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삼성전사 사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이를 두고 '깜짝 인사'나 '초고속 승진'이라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정 부회장의 승진 배경을 두고 삼성물산은 '시공위주의 국내사업을 탈피하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 글로벌 성장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실제 정 부회장 취임 이후 해외사업 실적은 크게 높아졌다. 취임 첫해인 2010년 4조4284억원의 해외수주를 기록해 2조58억원을 기록한 2009년 실적을 두배 넘게 뛰어넘었다. 지난해는 5조2000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해외 수주에서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삼성물산에게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분야다. 국내 주택시장의 여건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똑똑해져버린 조합원도 걸림돌이다. 과거와 달리 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여러 건설사와 협상을 벌인다. 더 이상 이 분야에서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게다가 단순히 실적을 쌓기 위해 사업 규모를 키웠다가 경기가 더 나빠지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재건축·재개발 사업 축소를 단행하는 이유로 보인다.

문제는 10분의 1토막이 난 재건축·재개발 수주물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는 점이다. 삼성물산의 지명도라면 의도적이지 않고서야 수주량이 대폭 줄어들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장세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상무(국내영업본부장)는 "누적된 시공권 확보 물량이 17조원이다. 경기 영향으로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선별적 수주를 하고 있을 뿐,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사업성이 인정되는 경우, 브랜드 타운처럼 의미를 둘 수 있는 경우 등을 입찰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여기에 맞는 사업장이 거의 없어 단 한 건만 수주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수주물량 축소에 대해 "사업성이 확보된 분야에 집중하는 경영패턴의 변화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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