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2240만원 환급? '기성회비'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 2012.01.30 15:58

1심 법원 "기성회비 법적 근거 없다"…기성회비 제도 수술 불가피

올 1학기 등록금 징수를 앞둔 국공립 대학에 빨간불이 켜졌다. 1심 법원이 국공립대학들의 등록금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성회비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

당장 한대련은 대규모 소송인단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국공립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법원 "기성회비 전부 반환해야"...실제 전액 반환은 힘들 듯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은 8개 대학(4219명)이 과다 징수된 기성회비를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기성회비는 자율적으로 내는 것인데 학생들은 기성회 가입의사를 표시한 바 없어 납부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지금까지 기성회비가 부당하게 쓰인 점이 법원 판결로 입증됐다"며 "기성회비에 대한 대규모 반환청구소송 운동에 돌입한다"고 공식화 했다.

민법상 부당이득금의 반환청구 시효는 10년이다. 전국 52개 국공립대(교대·산업대·방송대·시립대 포함) 재학생·졸업생 195만여명이 2002년부터 낸 기성회비를 돌려달라고 청구해 승소하면 대학들은 10조원 이상을 토해야 한다.

예컨대, 2011년 기준으로 서울대 공대의 한 학기 기성회비는 280만1000원. 4년 납부 총액은 2240만8000원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대 공대생은 각자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병철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는 "판결의 취지는 기성회비 전액을 돌려주라는 것이지만 반환의 주체는 대학들이 아니라 기성회"라며 "항소심에서 기성회비 징수에 법적근거가 있음이 입증되면 용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성회비, 49년 간 '쌈짓돈'…편법 운영 도마
기성회비는 1963년 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학교 시설 확충·운영에 사용하도록 마련됐지만 현재 '기성회비 징수'에 관한 별도 근거는 없다. 대학들이 자체 내규인 기성회 규약에 따라 임의로 징수해왔는데 여기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기성회비 제도는 당시 고등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던 정부가 시설개선 비용을 민간도 나눠 갖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정부가 기성회비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후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관행적으로 운영돼 오다 법적 근거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기성회비가 등록금 문제의 '뇌관'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대학들이 인건비 등의 인상 수단으로 기성회비를 계속 올려 등록금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4.6%(약 1조3000억원·2010년)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전국 국립대 40곳이 2002∼2010년 기성회계에서 급여 보조성 인건비로 2조8172억원을 지급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대학들은 "기성회비의 일부를 교수들에게 보조성 급여로 지급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국공립대교수회 관계자는 "국립대 교수들의 인건비가 낮아 한정된 자원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기성회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2월 임시국회, '국립대 재정·회계법' 통과 가속도 붙나
기성회비는 국가의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는 탓에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의 도구로 삼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까지 7년 동안 입학금·수업료의 연평균 인상률은 4.9%였지만 기성회비는 9.5%가 올라 등록금 인상을 주도했다.

정부는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이 같은 문제점의 개선방안을 담았다. 기성회비가 본 목적 외에 사용되는 것을 막고 투명한 운용을 위해 기존 단식부기에서 복식부기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2월 임시 국회에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통과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하고 국립대에 적용되는 국고 일반회계와 기성회 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편, 이주호 장관은 다음 달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 기성회비 인하 노력을 대학들에 당부할 방침이다.

총장들은 이 자리에서 기성회비에 대한 정부의 예산확충을 요청할 예정이지만 교과부는 추가 예산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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