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군도 싫다" 강남떠난 '맹모'들 어디로?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2.02.03 09:52

[머니위크]전세시장 '태풍의 눈' 수도권 혁신학교

#1.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직장인 윤영미(가명·38) 씨는 다음달 판교신도시로 이사할 예정이다. 내년 큰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유명 혁신학교 주변으로 미리 거처를 옮기는 것이다. 판교는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부부의 직장(여의도, 광화문)에서 멀고 전셋값도 비싸지만 교육을 위해서 결단을 내렸다. 입학 전에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도록 올해는 아파트 인근 유치원을 보낼 계획이다.

#2.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손님들에게 하루 종일 전화를 돌린다. 뚝 떨어진 값에 전세물건이 나와 있는데도 전셋집을 찾는 손님이 예년만 못하다. 2∼3년 전 대치동을 찾았다가 전셋값이 비싸 발길을 돌렸던 손님들에게까지 "싼 전세물건이 많다"고 홍보한다. 벌써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있는데 이번 시즌엔 제대로 된 학군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혁신학교가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가 몰리면서 값이 오르고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

반면 대치동 등 강남 전세시장은 학군수요가 주로 움직이는 겨울방학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도 잠잠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전셋값이 뛰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강남보다 혁신학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 전세 "부르는 게 값"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보평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전세시장이 뜨겁다. 보평초는 고정된 시간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60~80분 단위로 수업을 진행하는 블록수업제, 분기 단위로 학업을 편성하는 4학기제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는데다 인근 보평고가 과학고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학군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봇들마을 7·8단지와 백현마을 등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늘고 전셋값 호가도 계속 뛰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3억5000만∼3억6000만원선이던 봇들마을 7·8단지 110㎡ 전셋값은 현재 4억∼4억2000만원선. 판교신도시 삼평동 P중개업소 관계자는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손님이 늘더니 지금은 물건이 없어서 거래를 못한다"며 "대부분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 자녀를 둔 30∼40대 수요자"라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 소하동 구름산초등학교 주변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학교는 선생님만 바라보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4명이 마주보고 앉아 토론하고 발표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하휴먼시아 등 구름초 인근 아파트들은 기존 세입자 가운데 재계약 수요가 많은데다 새로 들어오려는 수요가 맞물려 전셋값이 강세다. 현재 소하휴면시아5차 108㎡ 전셋값은 2억4000만∼2억6000만원선이다.

경기도 최초 혁신학교인 서정초등학교가 있는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일대도 전세아파트가 동이 났다. 서정초 인근 서정마을 5단지에는 전세 대기수요까지 형성됐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말 대비 1월 현재 고양시 아파트 전셋값은 0.14% 떨어졌지만 행신동의 경우 반대로 0.14% 올랐다.

 


◆사라진 학군수요…대치동 등 강남 전세시장 '잠잠'

매년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들썩거렸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전세시장은 조용하다. 지난해 9월 최고 4억5000만원까지 뛰었던 은마아파트 101㎡는 1월 현재 2억6000만∼2억7000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115㎡도 3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대치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겨울방학철인 12월과 1월에는 중개업소별로 10~20명씩 전세 대기명단이 쌓이는데 반대로 물건이 쌓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수능(수학능력시험)이 너무 쉬워서인지 강남 학군 때문에 전세물건을 찾는 손님 비율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대치동 G중개업소 관계자도 "매년 이맘때면 전셋집을 구하려는 학부모로 사무실이 붐볐는데 올해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세입자를 찾는 전세물건은 계속 쌓이는데 전세를 구하러 오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도 마찬가지다. 양천구 목동3단지 인근 중개업소에는 전세물건이 수십건 등록돼 있다. 목동의 J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낮춰 내놔도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겨울방학 학군 프리미엄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강남으로 이사 가는 세입자가 꽤 많았는데 올해는 이런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혁신학교가 뭐길래…
 
혁신학교는 수도권 낙후지역 학교에 자율권을 주고 운영비를 지원해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작은 학교를 지향하는 혁신학교는 영어와 예·체능, 과학 등의 분야에서 특화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일반 교육비로 사립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89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으며 올 상반기 34개교가 추가로 지정되면 총 123개교가 운영될 예정이다. 2014년까지 300개 학교를 지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지역 혁신학교라고 해도 교육과정, 운영방식 등이 모두 다른 만큼 미리 커리큘럼을 확인해 자녀에게 맞는 학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