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3000만원" 고졸 초임 연봉 1위, 어디?

성승제, 이정흔 기자 | 2012.02.01 10:07

[머니위크 커버]고졸 혁명/동등 대우 2~5년 걸려… 더 힘든 건 '보이지 않는 벽'

2881만원 VS 2216만원. 2011년 페이 오픈에 등록된 연봉정보 1187건을 기준으로 산출한 자료다. 4년제 대졸 사원과 고졸 사원의 평균 초임연봉은 대략 670만원 차이가 난다.

최근 대기업들이 고졸채용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유리천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졸 신입사원들의 급여는 어느 정도인지, 또 이들의 승진 체계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 고졸 초임 연봉, 가장 높은 3000만원 어디?

지난 2011년 11월 페이오픈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고졸과 대졸의 평균 임금 차이가 가장 큰 곳은 금융권이었다. 대졸평균이 5063만원에 고졸이 3284만원으로 약 1779만원가량의 차이가 벌어졌으며, 뒤이어 정보통신분야에서는 대졸평균 4435만원과 고졸 평균 2916만원으로 1519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토목 분야가 대졸 4966만원에 고졸 3855만원으로 1100만원 정도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면 고졸 취업자들의 초임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국내 은행 가운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은행원의 급여 명단을 공개한 곳은 없다. 다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졸 취업자의 경우 평균 2200~2400수준으로 대학졸업 공채와는 급여수준이 평균 1000만~1200만원 정도 차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임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연봉이 그다지 낮은 수준은 아니다"며 "오히려 일반 중소기업 등과 비교한다면 급여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취재 중 입수한 한 특성화 고등학교의 취업 현황 자료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초임 연봉이 높은 곳은 삼성생명의 경우 3000만원 수준인데 비해 일반 중소업체의 경우에는 1800만원 수준으로 고졸 취업자들 사이에서도 기업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롯데상사 2100만원, CJ푸드빌 2000만원, LG상사 2300만원, 삼성에스원 2000만원, 한화S&C 2000만원이었다. 해당 기업들에 공식 확인을 요청했으나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체별 추천자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미약품의 경우 ‘가정화목, 성격활발’, 솔로몬투자증권은 '싹싹, 센스'가 중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교보증권은 ‘20% 이내, 목소리, 외모’를 자격 조건으로 내걸었고,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성실, 성적우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 먼저 시작한 고졸, 대졸 따라잡으려면?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대졸 사원과 비슷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할까. 현재 대우조선해양을 필두로 CJ그룹과 한화그룹 등 고졸 정규직 채용을 발표한 기업들의 경우, 대체로 2년~5년 정도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CJ그룹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대졸 신입사원이 3등급. 1,2 등급에서 시작한 고졸 직원의 경우 평균적으로 2년 근무 후 대졸신입과 같은 3등급 승진 평가 대상이 된다. 이후 대리직급인 4등급 승진 평가 대상이 되는 데는 4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는 전직원에 동등하게 적용된다.

다만 직군에 있어서는 고졸 직원의 대부분이 여전히 영업이나 서비스직군에 배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는 입사자가 원할 경우 사무직군에도 배치를 늘려갈 계획"이라며 "입사 후 2~3년은 각 부서에서 현장 보조직으로 근무하고, 이후 평가를 거쳐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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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특성화고에서 입수한 졸업생 취업현황 자료

롯데그룹 역시 이와 비슷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채용에 학력제한을 없앴다. 이 경우 고졸과 대졸의 차이는 전혀 없지만, 현실적으로 고졸 직원이 입사에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때문에 고졸 공채를 따로 마련하고 있다.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입사한 경우 받는 등급은 A(Assitant) 등급. 고졸 공채에 합격하면 JA(Junior Assitant)등급을 받게 된다. JA등급이 A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승급 심사를 받는 데 필요한 기간은 보통 2~3년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서비스직이나 영업직 외의 직군에 고졸 직원이 근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기회는 열려있으며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답했다.

한화그룹은 5년간 일을 하면 대졸 신입사원과 똑 같은 직급이 되는 체계다. 기존에는 6년이었던 것을 올해부터 1년 단축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승진 평가에 오른 대상자들의 경우 학력으로 인한 핸디캡을 없애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내 대학을 운영하는 중 근무를 하면서 학사학위 취득을 돕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권은 대부분 고졸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사실상 대졸 사원 따라 잡기 자체가 무의미한 실정이다. 현재 약 3000여명의 행원 가운데 정규직은 고작 70명(6.6%)에 불과하다. 기업체 중 은행에서 고졸채용 확대를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복지와 안정적 기반은 일반 기업에 비해 상당히 뒤쳐졌다는 평가다.

취업포털 스카우트 관계자는 "대기업들에서 고졸 채용을 확대하고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당장 채용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이들을 우수한 고졸인력으로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업 성공했지만, "목표는 대학 진학!"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여기저기 친척들에게 자랑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셨죠."

지난 해 A은행에 합격한 박양(19)의 합격 소감. 그러나 작년 말 본격적인 창구텔러 업무를 시작한 그는 요즘 조금씩 기대가 사그라지고 있다고 한다. 업무를 하면서 선배들과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조금씩 실감하는 중이다.

고졸 채용 바람이 가장 먼저 불어닥친 은행권에서 올해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뽑겠다고 밝힌 고졸출신 행원은 모두 2986명. 올해만 해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051명이 은행권에 입사할 예정이다. 이같은 변화에 힘입어 최근에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금융전문 학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부 은행들 또한 좋은 인재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활기를 띠고 있는 취업 시장과 달리, 실제 근무 현장에서 만난 10대 행원들은 이와는 또 다른 ‘고졸 채용 확대’의 이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모씨는 "누구도 고졸출신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스스로 자격지심에 빠져있는 느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졸 공채 출신의 언니, 오빠를 보면 선배들이 더 챙겨주고 자세히 알려주는 느낌을 받는다"며 "실제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비교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보란듯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목표는 한결같이 '대학 진학'. 박씨는 "사실 연봉으로만 치자면 또래 친구들에 대해 적은 편이 아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고졸 직원들이 계약직으로 채용돼 정규직 전환도 쉽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B은행에서 근무하는 조모씨. 40대 중반의 그는 20여년 전 여상을 졸업한 후 은행권에 취직, 현재 관리직으로 근무 중이다. 조씨는 "나 역시도 그들과 같은 입장이고 아래 직원들을 평가할 때 능력을 가장 많이 본다"며 "하지만 일 좀 잘 하는 친구다 싶으면 중간에라도 다 대학으로 빠져버리는 상황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우수한 직원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고졸과 대졸 직원들의 업무 능력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게 사실이라는 얘기다. 그는 "그러다 보니 현장 직원들도 대졸을 더 선호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뿐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25살이 된 이씨는 공고를 졸업하고 대기업 전자업체에 취직을 했다. 그러나 2년 뒤 그는 다시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이씨는 "당시에는 대기업에 취직해서 친구들 사이에 부러움도 많이 샀다"며 "하지만 근무할 수 있는 직군이 제한돼 있는데다가, 경력을 쌓아 관리직군에 올라가면 승진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고졸 채용이 늘고 있지만 들어가서 비전을 찾을 수 없다면 다시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과 기업들이 그동안 대규모 인턴직원을 뽑았는데 1~2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또 다시 백수가 돼 일자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고졸채용도 이와 똑같이 갈 수 있다. 이들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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