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커피점' 전격철수 일파만파, 재계 '쇼크'

머니투데이 김정태 정영일 기자 | 2012.01.26 17:36

롯데·신세계 "사태추이 주시"… 호텔신라 측 '대통령 발언' 영향 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6일 커피ㆍ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키로 결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재벌 2,3세들의 골목상권 진출을 비판했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 이뤄진 전격적인 결정이어서 다른 대기업의 '빵집 철수'가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호텔신라 '빵집 사업' 철수 왜?=호텔신라는 26일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중인 커피ㆍ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호텔신라 측은 이번 철수 배경에 대해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사회와의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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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의 압박이 결정적인 단초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재벌가 딸들의 최근 잇따른 커피ㆍ베이커리 사업 진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명박 정부의 비판으로 이어진데 따른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의 행태를 수차례 비판해 왔다. 지난 19일 대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벌어지는 등 대기업이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하는 점이 많다"고 발언한데 이어 전날에는 "경주 최 부자는 흉년에 땅을 사지 않았다"며 재벌 2,3세들의 골목상권 진출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티제 철수는 지난해 정부의 강력한 동반성장 정책에 부응한다는 측면에서도 검토해 왔던 것"이라며 전날 이 대통령의 비판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아티제' 철수 방식은 아직 미정=호텔신라는 철수 방식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사회와 아티제 종업원들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상생경영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을 뿐이다. 그만큼 철수 결정을 서둘러 했다는 방증이다.

호텔신라가 홈플러스와 함께 운영 중인 '아티제블랑제리' 역시 어떻게 정리를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홈플러스 120개 점포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티제블랑제리는 홈플러스와 호텔신라가 각각 81%,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아티제블랑제리 지분 인수 계획 등은 확정된 것이 없고 호텔신라와 더 논의해 봐야 한다"면서도 베이커리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티제'운영 보나비는 어떤 회사?=호텔신라는 외국계 커피전문점에 대항하는 토종브랜드로 국내 서비스업을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지난 2004년 '유럽형 라이프스타일 카페' 아티제를 오픈했다. 현재 서울 중심으로 27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2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호텔신라 전체 매출(약 1조 7000억원)의 1.4% 수준이다.

2010년부터는 호텔신라가 2010년 F&B사업부를 100%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설립한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해왔다. 보나비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6억5200만원, 26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롯데·신세계 "사태추이 주시"=호텔신라의 커피ㆍ베이커리 사업 철수 결정은 동종의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에게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롯데와 신세계 등은 당초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애써 회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텔신라의 전격적인 발표에 대한 배경을 파악하면서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고 있다. 롯데는 아직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안된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블리세는 총수 일가인 장 대표 때문에 그룹 계열사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장 대표 개인 회사"라면서도 "현재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역시 "조선호텔베이커리는 가두점을 거의 내지 않고 점포수도 많지 않아서 골목상권에 크게 영향은 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베이커리 전문점 '포숑'은 소공동 등 7개 롯데백화점 점포에 입점해 있으며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운영하는 조선호텔베이커리는 '달로와요'와 '데이앤데이'란 브랜드로 각각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전 점포에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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