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통제경제야?"…정부의 물가 노이로제

이대호 MTN기자 | 2012.01.20 08:12
< 앵커멘트 >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 정부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데요. 급기야 설을 앞두고 성수품인 사과와 배 가격을 거의 통제하다시피 해서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이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정부는 지난 10일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설 성수품인 사과와 배 수확량이 줄어 계약재배 물량을 집중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사과와 배의 수급이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물용 구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같은 대책이 통한 것일까?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사과(상품 300g) 한 개 가격은 1,500원입니다. 한달 전에 비해 100원정도 올랐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2010년 설 직전(2,580원)에 비해서는 1,000원 이상 낮은 가격입니다.

배(상품 600g)의 경우도 1년 전보다는 조금 올랐지만, 2010년 설 직전에 비해서 700원 이상 쌉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관계자들과 농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사과와 배 가격이 실제로는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정부와 언론이 비싸다는 인식부터 심어놨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축산품으로 소비가 옮겨가 사과와 배 등 과일 판매가 부진했다는 겁니다.


[녹취]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관계자 (음성변조)
"명절 같으면 과일류 선물용이나 소비용으로 많이 구매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언론이나 그런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은 것 같아요."

농민들은 설을 앞두고 성수품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수확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정부가 이같은 시장원리까지 통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청과물 도매상 (음성변조)
"물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이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고, 산지 농가 입장에서는. 그러다보니까 기대심리가 굉장히 컸던 거죠. 생산자들이. '올해 설 대목 때는 사과 배 시세가 상당히 높게 형성될 것이다' 이렇게 예상을 했는데 실제로는 가격 형성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얘기죠."

결과적으로 설을 앞두고 과일 가격을 잡으려는 정부의 대책은 효과를 본 셈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가격이 오르면 안된다'는 식으로 계절적인 특성과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물가 정책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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