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 뽑는' 떡가게 갔더니…"올 최악" 왜?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 2012.01.19 16:02

설 연휴 알리는 현수막 밑에 한적한 영등포재래시장 골목

6평 남짓한 떡 가게. 가래떡 뽑는 기계 1대는 조용했다. 설날 떡 가게의 '메인 메뉴'는 가래떡이지만 설을 사흘 앞둔 19일 아직 가래떡을 뽑지도 않은 상태였다.

서울 영등포 재래시장에서 10년간 떡집 '보성떡 방앗간'을 운영해온 최서영씨(60)는 "평소보다 손님이 늘고 있지만 예년만 못하다"고 입을 뗐다. '설 대목'이란 단어자체가 이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최씨는 "가래떡은 쌀값 제하면 남는 게 없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덜 팔릴 분위기"라고 걱정했다. 가래떡 한 줄은 굵은 것 2000원, 얇은 것 1000원. 매년 설 연휴가 되면 사나흘에 쌀 두 가마(160kg)는 너끈히 썼지만 올해 경기를 생각하면 한 가마도 다 못 쓸 것 같다는 설명이다.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가게를 들린 손님들은 6~7명. 대부분 60대가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간식거리로 1000원, 2000원 가격에 찰떡이나 절편 등을 하나씩 사가는 손님들 뿐 설날 연휴를 위해 떡을 사가는 손님은 없다.

최근에는 교회나 부녀회 등에서 단체로 떡을 돌리면서 작은 떡 가게들은 오히려 명절 수익이 줄었다고 최씨는 전했다. 이어 "이제껏 설 경기 중 올해가 최악"이라며 "죽어버린 영등포 재래시장 상권은 누구도 살리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씨뿐만 아니라 영등포재래시장 상인들은 전반적으로 설날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주호중씨(55)는 "영등포역 주변에 대형마트가 많이 생기면서 설날 특수는커녕 가게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우리 시장은 재래시장 손님들에게 '재래시장 인근 주정차 시간 확대 정책'이 잘 안 알려졌는지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 등에 도매업을 주로 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설날 휴무인 식당인 많은 탓에 오히려 식자재 매출이 줄어든다고 전했다. 채소가게 주인인 이영희씨(66)는 "도매판매량이 설 연휴에는 줄어드는데다 한 달 사이 채소 값이 꽤 올라 판매량이 더 감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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