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앞바다에 주인없는 빈 배들 '둥둥'...왜?

머니투데이 목포=신희은 기자 | 2012.01.22 08:14

목포 중소형社 난립...유럽선주 '꼼수', 중국덤핑에 밀려 폐업상태

"굴은 손으로 까서 후루룩 마셔 불면 죽여분당께"

목포는 요즘 굴이 제철이다. 가을엔 대야에 담겨 나오는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칭칭 감아 먹었다면 겨울엔 '바다의 우유' 굴을 솥 째로 찜해 먹는 별미가 인기다.

목포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시내가 정체를 빚을 정도로 '잘 나가는' 지방도시다. 인근 영암군에 연간 5조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는 현대삼호중공업을 필두로 조선업체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고 무안군에는 전라남도 도청이 자리 잡고 있다.

영암군, 무안군에서 일하는 고급인력들이 목포 시내를 생활권으로 하고 있어 여느 해안 도시 못지않은 상권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연말, 연초면 더욱 활기를 띠는 목포의 겨울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쟁업체들의 헐값수주로 현지 조선업체들의 수주가뭄이 심각한 탓이다.

◇ 호황기 우후죽순 생겨난 중소 조선업체 '폐업'

목포 인근지역인 영암군을 대표하는 조선사 현대삼호중공업의 선박건조 현장전경.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로 조선사들은 혹독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목포 인근지역을 대표하는 조선사는 지난 1999년 설립된 현대삼호중공업이다. 협력사를 포함한 종업원 수가 1만1000여명에 이르고 연간 50여척의 대형 선박을 건조, 지난해 수주실적이 39억달러(한화 약 4조4600만원)에 육박하는 전라남도 지역 대표 조선업체다.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중견업체에 속하는 대한조선과 2~4만톤 사이의 소규모 벌크선를 건조하는 중소업체들이 목포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본래 국내 조선업의 근거지는 거제도와 울산이다. '조선 빅3'로 꼽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최적의 선박건조 요건을 갖춘 이들 지역에 자리 잡고 배를 만든다.

목포에 조선업체가 즐비하게 들어선 것은 지난 2006~2008년 사이다. 조선 활황기인 당시 "밀려드는 수주에 깃발만 꽂아도 성업"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조선업황이 좋아 다수의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목포지역을 근거지로 선박건조를 시작했다.

그러나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지난해부터는 유럽 재정위기가 재차 부각되면서 선박수요가 급감, 이들 업체는 줄줄이 부도를 맞았다. 부도는 면했더라도 지난해 단 한 건도 수주실적을 올리지 못한 업체들이 적지 않다.

현지의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2~4만톤 사이의 벌크선박을 주로 제조하는 조선소들은 상당수가 이미 부도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유럽선주들의 발주가 눈에 띄게 감소한 데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중국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다 보니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유럽선주 '꼼수'로 주인잃은 선박이 바다에 '둥둥'

↑ 구글어스를 통해 본 목포 연안의 선박건조 모습.
유럽선주들이 재정위기 여파로 선박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미 건조에 들어간 선박의 건조작업을 늦추는 등의 방식으로 시간을 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2008년 전후로 선박 가격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계약한 선주들은 남은 계약금을 치르는 것도 만만찮은 상황이라는 것.

목포에 위치한 한 외국계 조선업체 관계자는 "보통 계약금을 3~5차례로 나눠서 지급하는데 선박 건조과정에서 유럽선주측이 조건을 변경하거나 품질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버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건조 막바지에 선주측의 취소로 주인을 잃은 배는 할 수 없이 바다에 둥둥 띄워 놨다 헐값에 처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벌크나 소형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 선박 브로커를 통해 다시 주인을 찾기 전까지 목포 연안에 하염없이 떠 있어야 한다는 것. 선박뿐 아니라 부도를 맞아 영업을 중단한 조선사의 선박건조 시설도 주인을 잃은 채 텅 비어 있는 실정이다.

◇ '조선 빅3'는 해양설비로 위기극복 안간힘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생사를 다투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데 비해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대형 조선업체들은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침체일로에 있는 선박보다는 해양설비로 눈을 돌리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

대형 조선업체들은 유럽 선주들의 선박 주문 취소보다는 신규 수주가 어려워지자 석유시추장비 등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신시장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조선 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체 수주의 60~70%를 해양 부문 물량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앞 다퉈 해양개발에 나서면서 석유 시추장비 등의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는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시추장비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해양 부문 수주를 통해 선박시장 침체 여파를 상쇄할 수 있어 실적부진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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