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번 왔다갔다…" 택배아저씨 얼마받나 보니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2.01.18 10:00

기자 현장체험… 올해 설 물량 작년보다 15% 늘어, 밤 8시까지 '구슬땀'

↑택배 현장 체험에 나선 기자가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주택에 물건을 나르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8시 CJ GLS 동대문터미널. 택배 체험을 위해 기자가 방문한 곳이다.

김정한 지점장은 "기자가 현장 취재 왔으니 잘 가르쳐 주면서 하세요"라고 말했지만 택배 기사들은 약 30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자기 구역 물건을 골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자의 택배 체험 파트너는 최중헌 기사로 전농동 담당이었다. 그는 인사를 나누자 마자 "전농동 주소지 물건부터 골라 내세요"라고 말했다.

컨베이어 벨트가 시속 10km의 속도로 움직이는 가운데 물건에 찍힌 손바닥만한 운송장에서 '전농동'이라는 세 글자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십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기사들은 용케 잘 골라내고 있었다. 옆에서 작업하던 한 기사는 기자가 일하는 모양새가 우스웠던지 "며칠 하다 보면 다 돼요"라고 말을 건네 왔다. 택배 기사 1년차인 그도 처음엔 현기증이 나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컨베이어 벨트 분류작업은 요사이 오전 9시30분이 돼서야 끝난다고 한다. 설 대목인 만큼 분류작업이 평소보다 30분 이상 길어졌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물량이 쏟아지면 분류작업을 정오까지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배송기사들은 올해 물량이 작년보다 증가한 걸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CJ GLS가 지난해 설 대목에 처리한 물량이 1100만개. 올해는 이보다 15%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대문터미널은 비교적 작은 규모인데도 하루 1만 상자가 몰린다고 했다.

최 기사는 운송장 주소지별로 물건을 분류해 트럭에 실었다. 동선에 맞게 안쪽 구석에 넣을 물건과 문 앞으로 빼놓을 물건을 구분했다.

6년째 전농동 일대를 돌고 있는 그의 머리 속에 이 지역 주소가 모두 입력돼 있는 듯 손놀림이 빨랐다.

배송은 10시부터 진행됐다. 최 기사는 가장 먼저 간 연립주택촌에서 운송장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배송지 정보가 정확히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빌라'라고만 돼 있고 호수가 적혀 있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최 기사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일 시키기 미안하다'는 표정이면서도 손가락으로 한 집을 가리키며 "2층에 배달을 하고 오라"고 했다.

물건을 나르고 오니 그는 벌써 다른 집에 다녀와 차에 올라 타 있다. 숙련자라 속도가 확실히 빨랐다. 그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다음 물건부터 뛰어서 날랐다.


어떤 집에선 사람이 없어서 물건을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현관문 옆에 창고문이 열려 있을 테니 거기 놓고 오라"고 했다. 가보니 신기하게도 창고가 있고 문도 열려 있다.

한참을 물건을 나르다 보니 영하의 날씨임에도 기자도, 최 기사도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차량에 실린 물건은 모두 150개. 최소 120번은 차에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최 기사는 시간당 25개 정도를 배달했고 배송은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정확히 오후 5시에 끝났다.

때로는 점심도 걸러가면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의 월수입은 얼마나 될까. 그는 자신의 차를 가지고 CJ GLS 동대문터미널과 전농동 지역을 맡는 계약을 맺고 월 30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 돈에서 한 달 차량 유류비를 30만원 안팎 지출해야 한다. 휴대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 기사의 경우 10만원 짜리 월정액제를 이용한다. 모두 자기부담이다.

영업용 번호가 아니어서 유류비 지원을 받지 못 하고 영업차량으로 보험 적용도 안 되는 점은 애로사항이다. 정부가 2005년 화물 연대 파업 이후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영업용 차량 면허 발급을 중단한 탓이다.

'불법'으로 1만여대의 택배차량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물류대란이 올 수준이다. 최 기사는 "영업 번호판을 사려고 해 봤는데 1000만원대를 불러서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아르바이트들의 경우는 주로 배송 현장에 투입되는 데 시간당 4200~6000원 정도를 받는다. 하루 8시간 배송일만 하면 4만8000원을 받게 되는 셈이니 일의 강도에 비해선 열악한 수준이다.

배달을 마치면 일이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남은 일이 있었다. '집하'다. 발송처에서 물건을 받아오는 일이다.

몇 군데 공장과 사무실을 들러 운송장을 꾸미고 물건 포장을 살펴보고 차에 실었다. 집하가 끝난 시각은 오후 8시. 김밥 한 줄이라도 먹었으면 싶을 정도로 허기가 졌다.
헤어지려는 순간 최 기사가 꼭 한마디를 기사에 써 달라고 했다.

"황당한 물건 배달 요청이 가끔 있어요. 새가 들어 있는 새장을 포장하는가 하면 고사에 쓰는 돼지머리를 싣는 분도 있습니다.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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